(서울=연합인포맥스) 신경원 기자 = 스페인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 조치가 글로벌금융시장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급부상했다.

스페인의 재정 문제가 갈수록 가시화하는 데다 작년 12월부터 시작한 ECB의 3년물 유동성 대출 프로그램(LTRO)이 별다른 효과를 나타내지 않았다는 진단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우려가 지속하자 5일 유럽장에서 스페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연 5.81%까지 올라 작년 12월1일 이래 최고치를,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는 478bp까지 치솟아 작년 11월23일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초부터 금융시장 강세를 주도한 ECB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 효과를 아직 체감할 수 없다면서 하루 전, 스페인의 국채 발행 입찰이 부진했던 현상도 LTRO가 부채 위기 해법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라카(BOA)-메릴린치의 타노스 밤바키디스 유럽 10개국 외환 담당 헤드는 CNBC에서 "유로존 주변국들의 차입비용이 오르면 LTRO 효과는 아직 크지 않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스페인의 경제침체 문제 또한 불안심리의 불씨로 잠복하고 있다.

지난주 스페인 정부는 올해 긴축 예산안을 발표하며 부채 삭감 의지를 피력했지만, 스페인 경제가 위기를 벗어나기 아직 멀어 보인다는 평가가 우세한 상황이다.

밤바키다스 헤드는 "스페인 예산안을 신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더 큰 문제는 경제전망에 있다"면서 "스페인 정부가 재정적자 목표를 이행하려 할수록 이 나라 경제전망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UBS는 보고서에서 스페인이 내년까지 심각한 경기침체 국면을 이어갈 공산이 크며, 전체 주택시장도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부문에서 추가적인 평가절하가 진행된다면 부동산 자산에 익스포저가 큰 스페인 은행들까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시점에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4월 정례 통화정책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지난 2월 말 2차 LTRO 효과가 실물 경제로 전달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의 유동성 공급 조치에 대한 출구 전략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ECB가 사상 최저 수준인 1.00%의 기준금리를 더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k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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