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한국예탁결제원이 향후 자율경영체계를 확보하겠다고 나섰지만, 현실적 어려움도 산적한 것으로 평가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은 전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현재 예탁결제원의 소유 구조를 개편해 궁극적으로 자율경영체계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자율과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해서는 소유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 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지원하는 동시에 예탁결제원의 지배구조 개편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이 언급한 소유 지배구조 개편과 자율경영체계 확보는 거래소가 현재 보유한 약 70%의 예탁결제원 지분과 관련성이 크다. 예탁결제원은 거래소의 지분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대대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시각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도 크게 이견은 없는 편이지만, 실제 지분 축소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 남아있다.

우선, 축소 과정의 방법론에 있어 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의 입장이 다르다. 예탁결제원은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기 전에 거래소가 지분 축소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거래소 측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지난해 10월 당시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거래소가 보유하는 예탁결제원 지분을 지주사 전환 전에 정리해야 한다"며 "지분 처분은 거래소 지주사 전환 전에 이뤄져야 주주와 경영진 간의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거래소는 지주사 전환과 함께 보유 지분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예탁결제원에서 받는 배당금 수익원을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거래소가 예탁결제원에서 받는 배당금은 지난 2015년 기준 177억원으로, 매해 증가 추세다.

거래소는 최근 국회에서 예탁결제원의 주식 보유 한도(5%)를 신설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법안이 통과되면 자연스레 보유 한도를 낮추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예탁결제원이 장내시장뿐 아니라 장외시장, 해외시장 등에 예탁결제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주식보유 관련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박 의원은 "거래소가 예탁결제원을 지배하는 상황이 유지되면 도입 예정인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출현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출현하더라도 거래소와 ATS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이해상충을 심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소가 예탁결제원 지분을 지주사 전환 이전에 쉽게 정리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 시행 시기는 불투명한 게 현실이다. 국정 농단 및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른 조기 대선 국면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를 통과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거래소 또한, 올해 중점 추진 사항에서 지주사 전환 등의 내용을 제외하는 동시에 관련 테스크포스(TF)를 해체한 상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이병래 사장도 자율경영체계 확보의 구체적 로드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사장은 "소유구조개편의 구체적 방안과 구체적 시기 등에 대해서는 세밀하게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며 "정부 정책과 시장 전반의 여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당국도 거래소의 지분 정리에 의지를 갖고 있으니 불가능한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거래소가 일단 지주사 전환 전에 지분 정리에 나서지 않는 만큼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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