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각종 국내 경제 지표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코스피는 2년여 만에 최고치로 오르고 있다. 이런 흐름은 결국 펀더멘털의 실질 지표와 명목 지표와의 괴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질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경기 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가격지표 위주의 주가 상승 압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4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20.24포인트(0.97%) 오르며 2,117.59에 종가를 보였다. 연중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을 뿐 아니라 지난 2015년 5월 중순 이후 약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국내 경제지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달 말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작년 가계의 소득과 소비, 분배지표 등은 전년과 비교해 일제히 악화했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수는 작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고, 제조업 취업자 수는 7년6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아졌다.

특히, 소비자물가(2월)의 경우 석유류 가격 등 공급 측면의 요인이 크게 올랐음에도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월 2.0%에서 증가율이 감소했고, 실제 경기 수요를 의미하는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미약하다.

경제지표 부진에도 일부 수출 지표의 개선 전망과 함께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 상향 등에 주가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이익전망치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연초 이후 3% 이상 상향 조정 중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내수 경제지표가 대부분 부진하지만, 코스피가 2년여 만에 최고치로 오르는 것은 결국 명목과 실질지표의 괴리 때문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주가 오름세는 대내적으로는 기업이익 전망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외적으로는 미국 경기회복 기대 등이 커진 측면도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기조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경기 최종 수요 회복이 중요하지만, 최근의 경제 지표를 고려할 때 본격적인 경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평가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식시장 랠리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수요 회복이 중요하다"며 "아직은 국내외적으로 수요가 공급보다 부진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이유도 결국 주요국 대비 경제 회복력이 미미하고 내수를 중심으로 국내경제 고유의 절대적 부진 기조가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수출주도의 경기 회복 조짐은 나타나는 가운데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어 경제 주체 심리 개선과 정책 당국의 경기부양 추진 등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ywk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