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한국의 원화가 올해 신흥국 통화 중에서 가장 많이 오른 가운데 당분간 이 같은 강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로레사 어드바이저리의 니콜라스 스피로 파트너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위기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등에도 원화는 아시아 통화 중 가장 많이 올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들어 원화는 미 달러화에 거의 6% 가까이 올라 인도 루피화와 대만 달러화의 상승률 5.4%, 5.2%를 각각 웃돌았다.

태국 바트화도 3% 이상 올랐고, 말레이시아 링깃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각각 1% 이상 올랐지만 단연 한국 원화 상승률이 두드러졌다고 스피로는 전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에 취약한 원화마저 급등세를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긍정적이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신흥국 통화의 이 같은 랠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수주 간 신흥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한 데서 반전된 것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작년 11월과 12월에 각각 신흥 아시아의 역내 채권 90억 달러어치를 팔아치웠다.

트럼프의 재정정책과 조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하고 성장이 촉진될 것이라는 기대로 달러화와 미 국채금리가 급등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트럼프 거래'가 트럼프 취임 후 몇 주 만에 모멘텀을 잃으면서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스피로는 진단했다.

달러화는 1월 초 이후 2%가량 하락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3월 중순 이후 25bp 하락해 2.38%까지 밀렸다.

특히 트럼프 거래의 되돌림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는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트럼프의 당선 이후 작년 말까지 17.5% 급등했다가 올해는 엔화가 달러 대비 5%가량 오르면서 2.3% 하락한 점이다.

JP모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안이 지난 3월 24일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세금 개혁안에 대한 회의론을 부추겼고, 결국 달러화와 미 국채 약세를 초래해 신흥국 자산에 "좋은 소식"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스피로는 그러나 신흥국 아시아 통화가 앞으로 무조건 오르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각국과의 무역 현황을 점검 중이며 이는 미국에 대규모 무역적자를 안기는 중국, 한국, 베트남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경상 흑자는 작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7.2%에 달하며 싱가포르와 대만의 경상 흑자도 GDP의 19%와 15%로 높은 편이다.

피터슨경제연구소(PIIE)는 이러한 흑자는 해당국의 통화가치가 저평가돼있기 때문으로 분석해 이들 나라가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을 높인다고 스피로는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주 이후 미국과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한반도가 가진 정치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미국이 한국을 제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당분간 원화가 랠리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스피로는 전망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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