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코스피 상승에도 외국인의 환베팅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은 적지 않은 자본차익에도 환베팅에 따른 손실이 계속되면서 일부 이탈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까지 최근 한 달간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인덱스는 원화 통화 기준 9%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대형주 중심의 외국인 투자 패턴을 고려할 때 이들은 지난 한 달간 자본차익으로만 9%가 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자본차익과 달리 외국인의 환베팅에 따른 수익은 저조한 편이다.

지난달 외국인의 주식 매수를 이끈 주체는 유럽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럽계 자금은 지난달 1조6천억원의 주식을 사들였다. 미국과 아시아가 각각 3천억원 순매도한 것을 고려할 때 지난달 외국인 매수세는 유럽계 중심으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다만, 이들 유럽계 자금은 최근 유로화의 강한 반등세에 환베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원화는 유로화를 상대로 2% 가까이 하락하고 있다. 유럽계 자금이 유로-원 재정환율을 기준으로 할 때 최근 환베팅에서 손실을 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유로-원의 경우 이달 12일 1,232원 수준에서 전일 한때 1,259원까지 급등하는 등 최근 들어 변동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급히 유입되는 유럽계 자금이 외환시장의 불안 속에 차익시현 시점을 더욱 앞당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단기투자 성향이 강한 유럽계인 만큼, 유로화 강세 등에 더욱 발 빠르게 차익 매물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인이 코스피 자본차익으로만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린 상황에서 유로화의 강한 반등 압력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특히 유로화에 민감한 유럽계 자금은 빠르게 차익시현에 나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계 자금이 최근 대거 유입됐던 것은 유럽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가 크게 작용했지만, 내달 영국의 조기총선과 프랑스 총선 등의 정치 이벤트는 여전히 정치적 불확실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유럽계 자금 성격상 환율 변수에 따라 매매 방향성이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방 경직성이 강화된 달러-원 환율의 영향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과도한 기대의 정상화 과정에서 외국인 순매수는 둔화할 수 있다"며 "특히, 달러-원이 1,100원을 밑돌기 전까지 환차익 기대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오는 4분기에 들어서야 국내외 경기 회복 기대와 함께 달러-원의 1,100원 하향 돌파로 외국인 매수세가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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