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금통위원의 매파적 발언에도 채권 시장이 오히려 강세를 나타냈다.

경기 둔화 우려와 다른 금융 시장의 하락세라는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채권 시장에 따르면 고승범 금통위원은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을 수립할 때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또 "이론적으로 국가 간 금리 변동은 자본 유출입에 영향을 주며, 실증적 연구 결과도 여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안정과 자본 유출입에 대한 우려는 모두 매파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지난 18일 채권 시장은 고 위원의 강연 내용이 공개된 오후 3시 이후 강세를 나타냈다.



<18일 10년 선물 국채 틱차트>



시장참가자들은 이를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금통위원 가운데 일부 매파적 의견이 있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며 "어느 정도는 예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통위원 발언이 전체적인 채권 시장 방향을 바꾸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매수세가 곧바로 유입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 채권 시장은 강세 재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와 채권 이외 다른 시장의 하락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18일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 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고, 이로써 경기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역은 "단시일 내에 경기가 좋아질 것 같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채권 매수가 계속 들어오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경기가 하락하면서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 전망은 어둡다는 전망이 채권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 채권 시장 이외에 시중 여유 자금이 유입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코스피는 지난 5월과 6월 각각 3.67%, 3.99% 하락했고, 7월 들어서도 1.54% 하락세다.

부동산 중개업체의 시장 전망을 나타내는 KB 부동산 매매전망지수는 6월 88.7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100이면 보합, 100 미만이면 하락 의견이 더 많다는 의미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여타 시장이 약세인 구조적 요인으로 채권 시장이 강세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며 "현재 채권 시장은 매수에 나서거나 잠재적인 매수자로 대기하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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