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주식시장이 기술주 중심의 조정 압박이 거세지며 지난 2000년 닷컴버블 붕괴의 악몽이 계속 소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시와 비슷한 증상도 있지만, 그때만큼의 고통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8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 1998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대대적인 시장 개입으로 유동성을 불어넣었고, 금융자산 가격은 2000년 들어 정점까지 치솟았다. 당시 1998년 9월 롱텀매니지먼트캐피털(LTMC)의 파산이 연준 개입의 결정적 계기가 됐었다.

지금은 지난 3월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시장 붕괴를 계기로 연준의 통화와 재정 부양이 공격적으로 시작됐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는 지난 1998년 9월 LTMC 붕괴를 하나의 기준으로 삼고, 올해 3월23일을 이번 코로나19 위기의 기준점으로 삼았다.

당시 LTMC 위기와 나스닥 100지수의 고점 사이에는 대략 18개월이란 시간 차이가 있었다. 반면에 지금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5개월 정도가 지났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설립자 제프 드그레이프는 "지난 2000년 나스닥 100이 정점에 도달할 때 연준은 경기 부양책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그런 논의는커녕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드그레이프는 "오늘 나스닥지수의 4% 급락은 지난 2000년 나스닥 100의 고점을 상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1999년 강세 기간 나스닥 100이 5% 이상 하락하는 사례가 몇 차례 있었고, 이는 모멘텀이 주도하는 시장이 짧지만, 의미 있는 '약점'을 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세 흐름 가운데서도 이번과 같은 조정은 몇 차례 거칠 수 있다는 뜻이다.

닷컴버블과 지금의 다른 차이점으로 시장의 너비, 즉 시장 움직임에 기여하는 종목 숫자가 꼽혔다. 지난 1999~2000년 기술주는 다른 종목을 모두 배제하며 상승했으나 지금은 그때보다는 건강한 상승 장세가 나타났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지난 3월23일 이후의 강세 흐름을 주도하고 있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도 지난달에 기록적인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S&P 500은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가 나타나기 전인 지난주 초반에는 역대 최고 기록에 근접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도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지난주 들어 2만9천선을 회복했고, 최근 매도 장세에서 연초 대비 마이너스 영역으로 빠졌다.

마켓워치는 "기술주의 20일 저점이 계속 상승한 것은 일부 스트레스가 심화했음을 시사하지만, 차트상의 나스닥시장 '상대적 강세선'은 견조하다"며 "(시장 쏠림의) 완만한 전환이 이뤄지는 와중에 지난 2000년 사례가 될 가능성은 작다"고 풀이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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