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금융당국의 환매조건부채권(RP) 규제 강화로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레버리지 투자를 제한하려는 RP 규제의 취지는 인정이 되지만, 확장재정에 급증하는 국고채 물량의 소화가 중요해진 시점이라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다.

28일 금융위원회와 채권시장에 따르면 당국은 현재 RP 익일물(만기 1일) 매도자가 매도잔액의 10%에 해당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 중이다.

기일물(만기 2일 이상) 매도자는 0~5%에 해당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지난 7월까지는 익일물의 경우 1%만 보유하면 됐고, 기일물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할 의무가 없었다.

익일물의 경우 과거 같은 담보를 가지고 100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한 기관이 7월에는 99억원(1%의 현금성 자산 보유), 현재는 90억원(10%의 현금성 자산 보유)만을 조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 5월부터는 익일물은 20%, 기일물은 5~10%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익일물 위주로 돌아가는 레포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큰 셈이다.

레포 시장의 위축은 국고채 수요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레포 규제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국고채를 사는 증권사 등 기관들의 자금 여력이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레포펀드만 레포 운용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레포 거래를 하는 모든 증권사들의 수요가 바로 위축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국의 규제 취지는 RP를 통해 레버리지를 키워 투자하는 시장의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규제 필요성도 큰 상황이다.

당국이 규제하려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레포펀드는 기업어음(CP) 등 비우량 채권을 담보로 국채를 빌리고, 빌린 국채를 RP 매도에 활용해 자금을 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구한 자금은 다시 CP 등 비우량 채권에 투자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자본 대비 투자금액이 급증하는데,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 닥치면 시장에 연쇄 위기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RP 규제의 이유는 증권사 등이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리스크가 워낙 컸기 때문"이라며 "RP 규제 시행 이후 몇 개월이 지났지만 레포금리가 낮고, 시중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딜러는 "RP 시장을 한꺼번에 위축시키는 규제보다 레버리지 문제가 있는 레포펀드만 규제하는 등 규제를 업권 별로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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