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외국인이 국채선물 대량 매도에서 최근 급하게 매수로 돌아서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재정 확대에 따른 국고채 물량 부담 탓에 그동안 금리가 계속 올랐고, 외국인도 이에 맞춰 국채선물을 매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수 전환은 시장에서도 뜻밖으로 받아들여졌다.

서울 채권시장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지연되면서 방역과 경제에서 우등생으로 평가받던 한국에 대한 인식이 흔들린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23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8일부터 3거래일간 10년 국채선물을 7천469계약 순매수했고, 3년 선물은 21~22일 2거래일간 2만189계약 순매수했다.

국고채 물량 부담과 경기회복 기대, 추가 완화 기미가 없는 한국은행의 스탠스 등 다양한 요인에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었고, 외국인도 최근까지 선물을 매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의 갑작스러운 매수 전환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 외국인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나라 정부는 내년 2~3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들여오기로 했고,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내년 3분기 도입 예정에서 이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이 이미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유럽연합(EU) 각국도 27일부터 백신을 보급하기로 한 일정에 비해서는 상당히 뒤처진 셈이다. 미국은 21일부터는 모더나 백신도 접종을 시작했다.

백신 보급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산세는 가파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닷새 연속 1천명대를 기록하다 21일 926명, 22일 869명으로 소폭 하락했다. 주간 단위로는 거리두기 3단계 기준을 넘어섰고, 정부도 식당 내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등 이에 준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 통제와 경기 회복세라는 두 가지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며 "백신은 선진국이 먼저 접종하고 있고, 코로나19 기간에 늘어났던 선진국의 공산품 소비가 줄어들면 우리나라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은 방향성을 잡으면 그대로 매매하는 경향이 있어 한 달 정도는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외국인이 실제로 우리나라의 백신 공급 상황을 보고 매수로 전환했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이라 외국인의 급격한 매수에 대한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며 "백신 공급 지연이 금리가 이렇게까지 하락할 재료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 본부장은 "백신이 늦어져서 외국인의 시각이 바뀌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금리가 저가매수 레벨이기도 해 우연히 외국인의 매수와 백신 공급이 지연되는 타이밍이 맞았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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