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이 꼽힌다.

수출 호조에도 자영업 등 서비스 업종은 여전히 부진하고,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급증했다. 백신 도입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로 유지했다. 작년 3월 임시 금통위에서 50bp 인하하고, 5월 추가로 25bp 내린 후 11개월 연속 금리 동결이다.

◇ 코로나19 확진자수 700명 수준…팬데믹 위기는 진행 중

금통위가 동결 기조를 이어가기로 한 것은 코로나19 상황이 4차 재유행에 진입했고, 경기 회복을 저금리로 지원할 필요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기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수는 698명을 기록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300∼400명대를 오르내렸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단기간에 700명 수준으로 불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인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는 625.1명으로, 2.5단계 기준(전국 400명∼500명 이상 또는 더블링 등 급격한 환자 증가시)의 상한을 넘어선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주력으로 도입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서는 혈전 부작용이 나타났고, 모더나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은 다른 백신은 공급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의 11월 집단면역 형성 목표 달성에 차질이 우려된다.

백신의 보급과 집단면역의 형성은 전문가들이 통화정책 정상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지목하는 핵심적 사안이다.

미국에서는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인구 75%의 백신 접종과 테이퍼링 논의를 연관짓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서비스업과 소매판매의 회복세도 더디다.

통계청의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업생산지수는 108.4로 지난 2019년 12월(109.7)과 지난해 1월(110.0)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15.2로 지난 2019년 12월 116.2를 밑돌았다.

물가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전망도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대비 상승률이 1.5%로 14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한 것을 두고도 정부는 물가상승이 2분기까지 일시적 확대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한은도 지난 3월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는 글로벌 경제여건 개선에 힘입어 국내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전개상황을 지켜보면서 회복세가 지속될지 조금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한은은 국내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이어갈수 있도록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완연한 경기 회복세에 커지는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

한은이 이번달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앞으로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기 회복세가 강화되고 있고, 저금리 상황에서 크게 증가한 가계부채 문제 등 금융안정을 고려할 필요성도 대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3월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6.6% 증가했고, 3년만에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3월 수출액은 538억3천만 달러로 올해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넘었다. 동시에 역대 세 번 째로 높은 월간 실적이다.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고용도 3월에는 취업자수가 13개월만에 증가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3월 취업자수는 2천692만3천 명으로 1년 전보다 31만4천 명 증가했다.

완연한 경기 회복세에 국내외 기관들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속속 높여 잡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이 4%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3.1%에서 3.6%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몇 달 간 움직임을 볼 때 성장률 3%대 중반은 얼마든지 가능한 숫자"라며 "국내 수출과 설비투자 개선세가 당초 전망보다 확대되고 있고 앞으로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과 함께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를 키우는 요인은 금융 불균형 리스크다.

한은에 따르면 2020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가계·기업 부채잔액) 비율은 215.5%로 추정됐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1975년 이후 가장 높을 뿐 아니라 2019년말 대비 증가폭(18.4%) 역시 최대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75.5%로 2019년 말보다 13.2%포인트 높아졌다. 소득과 비교해 채무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신용 증가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기여한 측면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저금리 환경에서 자산가격 급등과 부채 증가가 나타나고 있어 금융불균형 리스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다만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한은은 통화정책보다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한 관리를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재 감독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현재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통화정책 완화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가계부채 관리를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관리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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