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머무를수록 짐이 될 가능성 커"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워런 버핏(90)은 정해둔 후계자를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고 8일(현지 시각) 주장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성과와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코노미스트는 버핏이 1965년에 인수한 버크셔가 아직도 1960년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버크셔가 시대와 발맞춰 가고자 한다면 변화해야 한다. 새로운 인물이 운전대를 잡는 것도 하나의 변화다"라고 역설했다. 버핏이 이끌었던 56년간 버크셔는 S&P500지수보다 두 배 높은 총수익률을 거뒀다. 하지만 버크셔에 문제가 생기고 있으며 버핏이 이제는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의견이다.

CNBC에 따르면 버핏은 최근 "만약 나에게 오늘 밤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레그 에이블(58)이 내일 아침부터 버크셔를 이끈다는 데 이사회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에이블은 버크셔에서 비(非)보험 사업을 관리하는 인물로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받을 것으로 보인다. 버핏은 버크셔 회장과 CEO를 겸임하고 있다.

매체는 우선 버핏이 물러나야 할 이유로 지난 10년간 버크셔의 투자 성과가 평범했다는 점을 꼽았다. 버핏은 최근에 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애플 지분 일부를 처분한 게 실수였던 듯하다고 후회했다. 또 버핏은 지난해 항공주를 손절매했고, 코로나 위기 전에는 대형 식품기업 크래프트하인즈 투자로 손실을 봤다.

상장사인 버크셔의 지배구조 문제도 다시 생각해볼 거리라고 매체는 꼬집었다. 버핏이 보유한 A주는 보통주에 비해 1만 배의 의결권이 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버크셔 이사회는 버핏에 친화적인 인물 위주로 구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주주인 대형 투자기관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정보 공개를 강화하라고 버크셔를 압박하기도 했다.

매체는 "버크셔가 이러한 결점을 해결하기 시작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버핏 퇴임 뒤 회사를 쪼개려는 행동주의 투자자를 만나거나 규제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책상 앞에서 숨을 거두는 게 버핏의 바람일지 모르지만, 버핏이 오래 머무를수록 짐이 될 위험이 크다"며 은퇴를 권고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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