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3천900조원 규모의 중국 신탁산업이 불안합니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금융권으로 번지는 분위기입니다. 투자은행·자산운용사 역할을 해온 신탁업계가 부동산 분야에도 자금을 댔기 때문입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이른바 '중롱신탁 사태'를 살펴보는 기획기사를 3편 송고합니다.]
 

일부 투자상품 상환을 중단한 중국 중롱신탁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중롱신탁 사태 속 중국 금융투자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고객이 재산을 못 돌려받는가 하면, 직원이 회사의 무책임함을 언론에 토로했다. 악성 인터넷 루머가 패닉을 유도했고, 혼돈을 틈탄 사기행각까지 벌어졌다.

17일 중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일부 기업체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중롱신탁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롱신탁(中融)은 2조9천억달러(3천900조원)에 달하는 중국 신탁업계에서 가장 큰 업체 중 하나다. 운용하는 신탁자산은 6천억293억위안(약 115조원)으로 업계 9위다. 올해 상반기 영업총수입(매출)은 업계 3위 수준이었다.

중국 신탁회사는 상업은행·투자은행·프라이빗에쿼티(PE)·자산운용사와 비슷한 사업을 한다. 부동산 개발사 등 법인에 대출을 내주고, 주식·채권 등에 투자한다.

중롱신탁은 2대 주주인 중즈그룹(中植)과도 긴밀히 얽혀있다. 세계적인 부동산 투자회사 블랙스톤의 중국판이라고 불리는 중즈그룹에 상당한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금융업계 공룡인 중즈그룹은 자산운용·보험에도 진출했다. 중즈그룹의 문제가 중롱신탁이 상환을 중단한 이유라면 중국 금융업 전반이 위험한 셈이다.

답답한 마음에 중롱신탁 시안 사무실까지 찾아간 한 중년 여성은 "아이가 아파 입원 중인데 재산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언론에 호소했다. 언제든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한 투자처라는 중롱신탁 직원의 말을 믿고 저축해온 30만위안(약 5천500만 원)을 리차이(자산관리) 상품에 넣었지만, 상환 중단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연이다. 개인투자자의 항의성 방문이 잦아진 탓인지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중롱신탁은 건물 보안을 강화했다고 전해졌다.

앞서 중롱으로부터 자금을 되찾지 못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진보홀딩스 등 기업체 세 군데다. 이들은 합쳐서 1억 위안을 웃도는 자금을 중롱신탁에 맡겼다. 5~7%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각자 두세 가지 상품에 가입했는데,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한 외신은 중롱신탁 고위 관계자가 최근 투자자와의 미팅에서 최소 서른 가지 상품이 원리금 지급일을 못 맞춘 사실을 밝혔다고 전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사태가 심각하다는 소식이다.

중롱신탁 내부도 혼란에 휩싸였다.

상환 중단된 상품 대부분의 기초자산이 장기 비유동성자산이기에 중롱으로서도 뾰족한 수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롱신탁 직원들조차 고객 응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 중롱신탁 매니저는 "회사가 발생한 문제의 책임을 지지 않고 매니저만 일선에서 홀로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중롱 사태가 허위정보 유포자로 인해 시작되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속화하자 금융시장 내 공포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현재 중국 현지에서는 중롱만이 아니라 우쾅·중항·광다신탁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 회사는 경영 전반에 문제가 없음을 밝히며 허위정보 유포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경고했다.

우쾅·중항·광다신탁이 관리하는 신탁자산 규모는 작년 말 기준으로 각각 7천455억 위안, 6천300억위안, 9천505억위안 수준이다. 이들 규모는 한화로 약 400조원이 넘는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가 반(反) 사기 센터 등에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중롱 사태가 야기한 혼돈이 가중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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