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보건 위기는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안겼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조치는 역설적으로 주식시장의 호황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미국 증시는 팬데믹으로 디지털 전환이 앞당겨지며 기술주가 주도하는 유례없는 강세장을 열었습니다. 백신 보급 등으로 코로나19 극복이 가시화하면서 미국 증시는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국 증시 방향과 개인투자자의 투자전략을 짚어봅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디지털 전환의 수혜를 입고 있는 미국 기술주가 후퇴양상을 보여 눈길을 끈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월가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장세가 지난 2000년 인터넷 주식 거품이 터진 뒤 가치주가 주도하던 흐름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기술주 강세가 막을 내린다면 그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세금 때문이라는 것이 월가의 중론이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랠리를 펼쳤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가파르게 올랐던 나스닥지수가 지난 2~3월에 급락세를 보였다가 반등에 성공했다. 대형 기술 기업이 견고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영향을 받았다.

다만 이달 들어 4.11% 떨어지는 등 양상을 달리하고 있다. 지난달 말 크리스 하비 웰스파고 증권 주식전략 담당이 CNBC에 출연해 "차익을 실현하라"고 주문했던 것이 현실화하고 있다. 당시 하비 담당은 "매우 공격적인 국내총생산(GDP) 사이클이 시작되고 있다"며 기술주 후퇴론을 펼쳤다.

미국 경제가 올해 6%대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기대가 기술주를 압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1일 "투자자들은 향후 수개월 동안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고 했다. 물가 상승률이 오르는 이유는 팬데믹 기간에 억눌렸던 소비 수요와 공급 차질, 원자재 가격 급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화폐 구매력 저하를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은 밸류에이션이 미래현금흐름에 달린 성장기업에 악재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높은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더는 정당화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버스넛 래덤의 그레고리 퍼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이 채권시장 약세와 기술주 매도세를 유발할지가 중요한 시장 내러티브다"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스위스쿼트 뱅크의 이펙 오즈카데스카야 선임 연구원은 WSJ에 "인플레이션은 성장주에 역풍이다. 가치주가 인플레이션의 무게를 더욱 잘 버틸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세금 인상도 기술주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연구원은 법인세율이 28%로 인상된다면 FAAMG(페이스북·아마존·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 순익이 컨센서스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보면서 "만약 자본차익세율이 내년에 상승할 경우를 대비해 투자자가 올해 막대한 자본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아문디의 마르코 피론디니 미국 주식 담당도 FT에 "미국 세제 개혁도 기술 섹터에 드리운 먹구름이다"라고 경고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대형 기술기업의 조세회피를 막을 글로벌 최저한세율 논의를 이끌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달 한 연설에서 "글로벌 경제가 더 공정한 운동장을 바탕으로 번영을 이룰 것"이라며 각국이 최저한세율 적용에 동의하기를 촉구했다.

여기에 더해 반독점 조사도 기술주 투자자를 불안하게 했다. 골드만의 코스틴 연구원은 "(FAAMG 중)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기업은 시장 지배력과 경쟁 관행과 관련해 상업적 소송은 물론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 의회 조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법정 다툼과 조사 목록에 올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거대한 디지털 전환 흐름이 여전히 시작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술주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앞당겨진 디지털 전환이라는 메가 트렌드가 장기적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 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자금이 기술주에서 빠져나가는 흐름이다.

CNBC에 따르면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아크 이노베이션 펀드에서 이달에만 11억달러(약 1조2천300억원) 이상이 유출됐다.

CPR자산운용의 줄리엣 코헨 전략가는 "우리는 미국 시장 익스포저를 낮췄고, 특히 기술주 익스포저를 줄였다"면서 "기술기업 실적은 탄탄하지만, 현재 밸류에이션은 지나치게 높은 듯하다"고 FT에 말했다.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톰 리 공동창업자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기술주가 하반기에도 언더퍼폼할 것으로 전망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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