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기업의 주가는 본질적인 가치로 수렴한다던 가치투자의 믿음은 틀린 명제였다. 우리나라의 가치주는 과거에도 쌌고, 지금도 여전히 싸다. 저평가된 좋은 기업을 찾아 오랫동안 들고만 있기엔 대한민국의 자본시장은 비효율적이다. 그 비효율에 대한 문제의식은 얼라인파트너스의 시작점이 됐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2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익만 내고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죄다"며 "비효율적인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가치를 끌어올려 기업과 주주 등 이해관계자가 같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IMF 직후, 어머니의 주식 투자를 돕던 초등학생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이 쓴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세상에 관한 공부를 투자의 형태로 적용해 이를 수익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너무도 재밌어서다.

투자가가 되겠다며 대학에 갔을 때, 대한민국은 가치투자 열풍이 뜨거웠다. 그는 서울대 가치투자 동아리 '스누밸류(SNU VALUE)' 에서 공부하며 펀드매니저를 꿈꿨다. 정기홍 머스트자산운용 운용팀장, 이호걸·정용우 레인메이커자산운용도 스누밸류 출신이다.

이후 골드만삭스에 들어간 그는 삼성 에버랜드 소수지분 매각 프로젝트, 롯데쇼핑이 하이마트 인수 자문 등의 과정에 참여하며 자본시장의 현실을 배웠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에서의 경험은 그가 공부한 가치투자가 녹록지 않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해외에선 기업이 인수합병(M&A) 등을 하면서 본질적인 가치에 기업 가치가 수렴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뮤추얼 펀드 매니저가 돼 이런 모순을 바꾸긴 어렵단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2012년, KKR이 서울사무소를 개설할 당시 박정호 대표와 창립 멤버로 참여한 이래 8년을 몸담은 그곳에서 이 대표는 오비맥주 매각을 시작으로 티몬 투자, LS그룹 사업부 인수·매각 등 수조(兆) 원 규모의 빅딜을 다뤘다. M&A 자문을 주로 했던 골드만삭스와는 달리 자본을 직접 투입해 기업을 인수하고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린 경험은 그의 가장 큰 자산이 됐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에서 '만능 주(株)'라고 불리는 화장품, 반도체, 그리고 2차전지 소재 제조업체 SKC의 KCF테크놀로지 인수 건은 어려웠던 만큼 가장 보람이 크기도 했다.

당시 딜은 SKC가 상각전 영업이익과 외부 직접 차입으로 조달한 자금을 특수목적법인에 출자하고, 동시에 법인의 주체가 돼 인수금융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업계에 회자했다.

이 대표가 참여한 딜을 가까이서 지켜본 IB 업계 관계자들은 그에 대한 애정을 담아 '천재'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업을 대하는 관점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남달라서다. 실제로 그는 고등학교 시절 KBS <퀴즈 대한민국>에 나가 최연소 퀴즈 영웅이 되기도 했다. 당시 그가 획득한 상금은 방송 프로그램상 가장 많은 금액으로 기록에 남았다. 2005년 수능에서 대구·경북지역 인문계 수석을 한 것도 그였다.

순수 국내파로 IB 업계에서 손꼽히는 키맨이었던 그가 창립을 결심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달라진 세상 덕이다.

그는 "기회만 온다면 기업이 자본 효율성을 끌어올려 수익을 최적화해 가치가 올라가도록 도움을 주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며 "코로나19 이후 동학 개미로 대변되듯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을 때, 투자에 대한 소양이 혁명적으로 올라간 지금이야말로 내가 꿈꾸던 저평가 우량기업을 개선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라, PAG 아시아 캐피털에 몸담았던 설도빈 이사, 앱솔루트자산운용 출신의 이혜연 실장,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 있었던 김성주 매니저, 그리고 판토스 로지스틱스에서 IT 전문가로 활동한 임성철 팀장 등 다년간 국내외 시장에서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은 전문가를 모았다.

얼라인파트너스라는 이름에는 주주를 포함한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조화롭게 일치(aligned)되는 성장의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론칭을 앞둔 1호 펀드의 규모는 우선 500억 원 정도다. PE 투자방법론을 활용해 저평가된 상장사를 발굴해 확신 있는 소수 기업에만 투자한다. 중견 상장사의 지분 5~10%가량을 인수해 향후 2~5년간 M&A 등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대주주와 함께 엑시트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모두가 높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얼라인파트너스의 전략이다.

그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비효율성의 원인을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는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세, 금융소득종합과세로 이름 붙인 높은 배당과세, 소수 주주 보호제도 부족 등이 그 예다.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낮은 대주주에게 주주가치 환원을 위해 세율 높은 배당을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얘기다.

이 대표는 "어떤 기업이든 시장이 성숙하면 자체 성장동력이 떨어진다. 성장을 위한 투자가 줄면 자본은 쌓이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의 전기차, 바이오 관련주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기업의 ROE가 미국의 절반 수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일한 자본을 줬을 때 절반 이하의 수익밖에 못 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쌓인 자본은 M&A 와 같은 인 오가닉 성장으로 이어지는 순환이 필요하다"며 "자본의 비효율적 활용은 반대로 투자자 관점에서 특별한 투자 기회다. 그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선진 주주 자본주의가 정착되는 데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경영권 매각은 물론 상속, 백기사 파트너십, 신사업 인수 등 투자 가치를 위한 기업 향상 활동이 주주는 물론 임직원, 기업의 거래처 등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감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제 전체의 자본 효율성이 올라가길 바란다"며 "오랜 시간 인내심이 필요하겠지만 창의적인 솔루션으로 시장을 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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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3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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