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GA 몸값에 '승자의 저주' 우려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난해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며 초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을 출범한 한화생명이 이어 삼성생명도 GA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새 회계제도(IFRS17) 체제에서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확보가 더욱 절실해진 만큼 우량 GA를 확보함으로써 판매채널의 외형 확대를 추진하려는 생보사들의 추세가 더 짙어지는 모양새다.

◇삼성생명 "우량 GA 인수·지분투자 검토"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14일 상반기 실적발표와 함께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영업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우량 GA 인수 또는 지분투자, 제휴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그간 삼성생명은 내부적으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꾸준히 GA 인수를 추진해왔다. CS라이프를 포함한 여러 GA들이 인수 대상으로 거론됐다.

대형 GA 인수전의 시작은 한화생명이었다. 당시 업계 5위권의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며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한화라이프랩까지 대형 GA 3곳을 거느리게 된 한화생명의 설계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5천 명을 넘어섰다.

한화생명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 들어서도 추가 GA 인수를 몇몇 업체와 타진 중이다.

한화생명의 공격적인 행보를 계기로 삼성생명도 GA 인수전에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현재 삼성생명 소속 설계사 수는 2만9천 명 남짓이다.

보험업계에서 설계사 규모는 영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판매 채널의 외형 확대는 곧 신계약 확보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대형 GA 인수일수록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화생명의 피플라이프도 단번에 체결된 딜이 아니었다"며 "상반기 한화생명이 신계약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GA 인수에 신중하던 삼성생명도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단기 마진보다 장기 CSM…적자에도 몸값 올리는 GA들

최근 몇 년간 생보업계 화두는 제판분리였다. 비용 효율화와 리스크 절감을 내세워 상품 설계와 제조는 본사가, 판매는 판매전문회사가 전담하는 제판분리가 가속화하며 설계사 확보전에 불이 붙었다.

현재까지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에 이어 흥국생명, AIA생명이 제판분리에 나서면서 업계 내 우량 GA 확보와 신계약 판매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빠른 설계사 유입이 곧 신계약 확대로 해석된다지만, 이는 당장의 비용을 수반한다. 그간 생보사들의 우량 GA 인수를 위한 숱한 물밑접촉이 무산된 배경 역시 '가격'이었다.

실제로 몸값을 올리려는 GA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설계사 채용 경쟁이 심화했다. 몸집을 키워야 M&A 시장에서 더 많은 러브콜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인카금융서비스, 에이플러스에셋 등은 지난 2분기에만 눈에 띄는 인력을 흡수했다.

GA 업계 내 고능률의 신규 설계사에게 근속기간과 실적을 조건을 지원금을 선지급하는 정착지원금이 이슈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직전년도 소득 대비 40% 수준이던 정착지원금이 200%를 웃도는 사례도 나왔다"며 "GA들은 소개비 명목의 증원수당까지 올리는 등 당장의 현금을 써서라도 인력을 확보하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탓에 우량 GA들의 몸값은 수천억 원에 달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생보사들 안에서는 한순간 경쟁에서의 뒤처짐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 생보사 임원은 "적자 GA를 인수하는 게 내실 있는 일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며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GA 원가율이 개선될 것이고, 늘어난 인력이 곧 신계약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투자라는 점에서 당장의 마진보단 미래의 신계약 CSM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GA 몸값 거품론을 향한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기도 한다. 전체 GA가 아닌 일부 지사에 대한 부분 M&A가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생보업계 내 영업 채널의 중심이 전속 설계사에서 GA로 이동한만큼 M&A 시장을 향한 관심이 더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화생명이 2분기에 보여준 실적만 보더라도 판매조직 확대가 어떤 효과를 냈는지 입증 가능하다"며 "직접적인 M&A가 아니더라도 신계약 CSM을 지속해서 확대하기 위해서는 GA와 보험사 간 연대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삼성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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