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 지난가을, 개장을 앞둔 이른 아침 하나금융투자 A 지점이 분주해졌다.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사장이 깜짝 방문해서다. 양손 가득 간식거리를 사 들고 간 그는 영업점 직원 한명 한명의 얼굴을 보고 이름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이니셜이 새겨진 텀블러를 선물하며 직원들의 근황을 챙겼다.

하나금융투자 한 영업점 직원은 "지점에 30여 명 가까운 직원들이 있는데 이름을 모두 맞추시더라"며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CEO가 내 얼굴을 보고 원래 알았던 듯이 이름을 불러주는 게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증권맨이 된 이래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알 수 없는 소속감 같은 것"이라고 전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이달 초까지 전국에 있는 48개 영업점 모두를 직접 방문했다. 올해 3월 사장으로 취임하며 직접 얼굴을 보고 하나금융투자 가족들과 인사하겠다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사장은 매번 지점 방문 전 직원들의 이름을 공부했다고 한다. 사내 인트라 넷에 올려져 있는 사진과 이름을 매칭해 외우고 또 외웠다. 가족들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평소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는 후문이다.

사장이 전국의 영업점을 일일이 찾아갔다는 소식을 들은 다른 CEO들은 역시 젊은 피는 다르다고들 한다. 이 사장은 1974년생으로 금융투자업계 최연소다.

이 사장은 취임 당시에도 직접 쓴 취임사로 회자했다. 취임식도 하지 않은 그는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A4지 5장 분량의 자필 편지를 사내 게시판에 올리며 직원들과 첫인사를 나눴다.

이후의 행보도 과거 CEO들과는 달랐다.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내 주택자금 대여제도 개편이다. 여성과 미혼 직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문을 직접 뜯어고쳤다. 제도 개선 후 두 달 만에 주택자금 신청 규모는 지난해 연간 신청분을 넘어섰다.

임원들에게만 주어졌던 관용 차량 제공제도는 폐지했다. 대신에 테슬라 등의 친환경 차량으로 법인 차를 들였다.

캐주얼 데이와 같은 특정 요일, 특정 복장에 대한 강요보단 완전한 복장 자율화를 도입해 직원들이 편한 옷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전국의 영업점에서 개별적으로 담당하던 세무 업무를 본사로 이관한 것도 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본사와 영업점 직원들이 사용하는 노후화된 PC도 즉각 교체했다.

이 사장은 취임 1년이 다 돼가도록 여전히 직원들과의 도시락 미팅을 이어가고 있다. 영업점 방문이나 도시락 미팅에서 들은 건의 사항은 되도록 반영하고 진행 상황을 건의한 직원에게 직접 피드백한다. 설마 되겠어 하는 심정으로 전한 건의사항의 진행 상황을 본사로부터 전달받은 직원들이 적잖이 놀라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나금융투자 건물이 직원들의 얼굴로 채워진 것도 이 사장 취임 이후의 변화다. 올해 선보인 증여랩을 시작으로 금융상품 광고를 상품 담당 임직원이 직접 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임직원 가족들로 구성된 사내 모델까지 별도로 구성했다.

직원들이 얼굴을 내걸고 판매한 상품의 반응은 고객은 물론 업계에서도 뜨거웠다. 증여랩이 인기를 끌자 최근에는 신한금융투자도 상품을 출시했다.

하나금융투자 한 임원은 "직원들이 느끼는 회사에 대한 소속감, 책임감이 예전과는 달라지고 있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히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려는 젊은 CEO의 노력이 통하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투자금융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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