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금융이 태동한 이래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금융권에 종사하는 경우는 많았다. 아버지를 향한 동경 때문이었을까. 특히 역대 은행장의 아들들은 국내 금융 곳곳에 자리 잡아 더 나은 아버지가 되고자 활동의 영역을 넓혔다.

하나은행의 전신인 서울신탁은행 김영석 전 행장의 아들은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베어링PEA를 10년 가까이 이끈 김한철 대표다. 신한금융그룹 내 차세대 리더로 손꼽히는 젊은 수장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대표의 부친은 김상훈 전 국민은행장이었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의 부친은 외환은행 창립멤버였고, 크레디아그리콜 서울지점 심형찬 대표의 부친은 부산은행장을 지냈다. 그 밖에도 많은 금융권 경영자의 아들들이 유수의 국내외 금융회사에서 성장 중이다.

얼마 전 이관우 전 한일은행장의 상가에는 내로라하는 금융인들이 다녀갔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합병을 주도했던 이 전 행장은 따르던 금융권 후배들이 유독 많던 선배였다. 그는 국내 금융인으로는 처음으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다.

그날 빈소에는 '경제의 봄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장미와 훈장' 등 생전 이 전 행장의 저서가 놓여있었다.

한 전직 행장은 "후배들끼리 (이관우 전 행장이 쓴 ) 책을 돌려볼 정도였다"며 "덕장이셨다. 금융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언급했다.

이 전 행장은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의 부친이다. 차남인 이 부회장은 아버지에 대한 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얼마 전 한국심장재단에는 손편지와 함께 3천600만 원의 기부금이 전달됐다. 법인이 아닌 개인 후원자 자격이었다.

이 부회장은 1936년에 태어난 이 전 행장을 기리고자 조의금을 재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전 이 전 행장은 오랜 시간 심장 관련 지병으로 힘들어했다고 한다.

당시 이 부회장은 기부 소식이 알려지지 않기를 당부했다고 한다. 이에 흔한 전달식도 생략했다. 하지만 재단 측이 이를 공개하며 금융권에 회자했다.

이 부회장이 한국심장재단에 전달한 손편지에는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 봄을 부르듯이, 작은 정성이 모여 커다란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항상 응원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가 전한 작은 정성은 12명의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의 조용한 사부곡이다. (투자금융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2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