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투자업계에 '대표'들이 넘쳐난다. 대표이사부터 각자 대표, 부문 대표와 사업부 대표까지 대표란 명칭 없이는 직위를 정의하기 힘들 정도다. 대표가 사업체에 1명뿐이던 시절은 지났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조직을 2총괄 16개 부문에서 5총괄 19개 부문으로 개편했다. 총괄과 부문 대표 모두 3명씩 늘었다. 임원 수는 1년 전과 비교하면 10명가량 증가했는데, 그중 절반이 넘게 고위 직급 임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임원 수만 약 120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20%에 달한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은 5명이던 사업부 대표를 7명으로 늘렸다. 또한 사업부 대표와 부문장을 통칭해 '총괄 대표'로 부르기로 정했다. 이에 따라 7명의 사업부 대표, 3명의 부문장을 합쳐 10명의 총괄 대표가 탄생했다.

금융투자사들이 비용 부담을 키우면서까지 고위급 직책을 늘리는 것은 기관과의 영업 및 조직 운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업, 특히 IB 영업을 할 때 대표가 나가면 사장이 나오기 때문에 전무, 상무보다 더 유리하다"며 "외국계가 그랬던 것처럼 국내 증권사에서도 직급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에서는 과거 직급 인플레이션이 관행처럼 굳어져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12년 금감원은 은행 임원이 되는 자격조건을 직접 심사하여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국계 은행 지점이 직급을 과도하게 부여해 직급이 실제 업무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금감원의 지시로 인해 상무, 전무 등의 명칭을 부문장 등으로 바꾸기도 했다"면서 "명함에 이사, 대표 등 직급이 적혀있으면 아무래도 부장이 적혀있을 때보다 영업에 수월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효율화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의견도 있다.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직원을 임원급으로 올려 실무의 전권과 책임을 주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업계에서 투자자를 선점하려면 상품을 빠르게 구성하고 출시해야 한다"면서 "의사결정의 과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실무 책임자의 직급을 높이는 경우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임원이 많아지면 비용도 따라서 커진다"면서 "당연히 회사로서는 업무와 조직 운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직급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임원 승진을 흔히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한다. 금융가에선 이런 인식이 점차 없어지는 모양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옛날에 상무, 전무이사는 관용차와 운전기사가 붙었다"면서 "하지만 요즘 임원은 대중교통과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일반 직장인에 가깝다"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이수용 황남경 기자)

sylee3@yna.co.kr

nkhwa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1시 2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