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자료: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유럽의 금리 상승으로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은행에 도사리고 있는 오래된 유령인 '죽음의 고리(doom loop)'를 우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이달 말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분열방지 계획인 특별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유로존 내의 부채가 많은 국가와 은행을 차입비용 상승 충격에서 보호하려는 것이다.

특히 유로존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 상승과 은행 주식 매도세가 프로그램의 배경이 됐다. 프로그램의 성공은 이탈리아 은행들의 주가에 의해 평가될 것이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이탈리아 은행들이 편입된 지수는 ECB가 지난달 말 금리 인상 계획을 발표한 이후에 거의 14% 급락했다. 주가는 분열방지 프로그램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로 이후 일부 회복세를 나타냈다.

이탈리아 은행들의 '죽음의 고리'는 국채를 보유한 이들 은행이 국채 금리가 오르고 가격이 하락했을 때 자본에 타격을 입는 것이다. 은행들이 취약해지면서 대출이 줄어들고 경제와 정부 재정에 충격을 미치면서 부정적 악순환이 생겨나는 고리다.

이런 죽음의 고리는 지난 2011년 이탈리아를 국가 부채 위기 직전으로 몰고 갔으며 지난 2018년에는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이 이탈리아 최대 정당이 되면서 공포가 커진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후 이런 죽음의 고리를 완화할 핵심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형은행들의 자본 상태가 양호해졌으며 과거의 부실 부채를 청산했다는 것이다.

회계 규칙이 바뀌면서 국채를 쌓아놓은 은행들이 국채 가격이 하락해도 즉각적으로 손실로 인식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러나 은행과 정부 간의 다른 고리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저널은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은행들이 총 자산의 10% 정도를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가 부채 위기 때와 거의 변화가 없는 수준이다. 또한 은행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보유 국채를 더 늘렸다.

이탈리아 국채는 팬데믹 때 국내총생산(GDP)의 130%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50%로 증가했다. 이는 금리 인상 때 차환이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과거 위기 동안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거의 7.5% 수준에서 정점을 찍었다. 지금 금리는 작년 말 1.2%에서 3.2% 수준으로 올랐을 뿐이다.

유로존 대형 은행을 직접 감독하는 ECB의 단일감독 메커니즘의 이사였던 이그나지오 안젤로니는 "죽음의 고리 리스크는 아마도 줄었겠지만, 여전히 그곳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니크레딧와 인테사 상파올로 등 대형은행은 자본 확충이 잘 돼 있고 부실 대출을 청산했지만, 다수 중소은행의 상황은 나쁘다고 지적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니콜라 노바일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이탈리아 은행들은 차입 비용이 커졌을 때 정부를 도와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을 받았다면서 미래에도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면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정부를 위한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고 있다" 덧붙였다.

악시옴 얼터너티브 인베스트먼트의 리서치 헤드인 제롬 레그라스는 "부러뜨릴 수 없는 거시경제적 죽음의 고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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