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아버지가 30년 동안 일하신 증권맨이다. 돌이켜보면 매일 술을 드셨고 주말에도 불려 나가는 모습을 봤다. 조직문화가 바뀌고 있고, 워라밸이 부상하고 있는데 대표가 생각하는 한국투자증권의 문화는 무엇인가."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일 한국투자증권은 한양대학교에서 채용 설명회를 열었다. 정일문 대표이사 사장이 입사를 희망하는 학생들과 질의응답 하는 시간에 이런 질문이 나왔다.

정일문 사장은 "증권맨이라는 게 스트레스가 많은 직종이라 스트레스를 푸는 게 중요했다"며 "저나 아버지 세대는 그것을 술로 풀었다"고 답했다.

정 사장은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도 많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수단이 많다"며 "동호회 같은 것도 좋고, 저 자신도 회장을 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회사는 그런 것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또 돈을 많이 벌어서 직원 뽑고 월급 많이 주는 것이 가장 큰 워라밸 지원이라고 명심해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자리에 있는 동안 돈을 많이 주는 사장이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채용설명회는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학생들의 웃음도 많이 나왔다.

첫 질의응답 내용은 한투 신입 직원의 급여를 묻는 것이었다. '지금 연봉으로 1년 더 일하기 vs 20대로 돌아가기'와 같은 질문도 있었다.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가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냐는 물음에 정 사장은 "리서치는 안 된다, 담당 종목에 투자하면 나까지 언론에 나온다"고 재미있게 답하기도 했다.

정일문 사장은 취업준비생들에게 가감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지금도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행복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플레잉코치 일을 하는 기업금융(IB) 헤드에 있었을 때다, 사장이 되면 필드에서 벗어나 감독의 일만 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본인 자신도 30년 넘게 한 직장에 머무르며 신입부터 사장까지 올랐다. 그의 아들도 90년생인데 이직을 많이 하는 게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진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투증권 내에서도 젊은 구성원이 많지만 오래 다닌 인력도 많다. 증권사 중 사원과 대리급 인력이 50%를 넘는 회사는 한국투자증권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젊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해줄 이야기도 많다.

정 사장이 강조한 것은 '세대 공감'이 아니라 '시대 공감'이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도 세대가 다양해졌다. 층이 많아진 것이다. 소통을 위해선 세대별 공감보다 같은 시대에 같이 숨 쉬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끼리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소통의 중요성으로 이어진다. 증권업 또한 얼마나 디지털화했느냐에 따라 경쟁 양상이 달라진다. 디지털 전환 속에서는 고객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중요한데, 딱딱한 문화 속에선 뒤처질 수밖에 없다. 과거엔 한투증권이 '군드만삭스(군대+골드만삭스)'였지만 군대 문화 자체도 바뀌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 회사가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정 사장의 생각이다.

정 사장은 "지난 20년간의 성장, 금리와 주가 등 경제 이론이 맞았던 시기였으나 지금은 전문가 이론이 맞지 않는 색다른 경험을 하는 시장이 됐다"며 "이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그런 변화를 같이 맞이하는 시대 공감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투자금융부 이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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