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국내에서는 이미 주요 리스크 순위에도 잘 꼽히지 않는 우크라이나발 리스크가 2023년 계묘년 채권시장에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현 상황 그대로 유지되거나, 운이 좋으면 종전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까지 스멀스멀 나오는 상황이어서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韓 홀로 평온한 우크라이나 리스크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올해중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리스크 확산 가능성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반면 해외 주요국에서는 심각한 리스크 중 하나로 주시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만 해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됐지만 하반기 들어 대체로 순유입되는 모습이 감지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기점으로 급격히 치솟기 시작했던 달러-원 환율도 다시 1200원대까지 하락하는 등 안정세다. 이 같은 영향에 우크라이나 전쟁 자체에 대한 우려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은행 서베이에서 나타난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국내외 금융·경제 전문가들 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이들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리스크 확산을 국내 금융불안 주요 요인으로 꼽은 경우는 18.1%에 불과했다. 응답자 별로 주요 리스크 요인을 5개씩 선정하라고 요청한 결과다. 같은해 5월 조사(41.2%)보다 크게 감소했다.

반면, 주요국의 경우 보다 심각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정기적으로 금융 리스크 서베이를 실시하고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 결과를 보면 미국은 향후 12~18개월 이내 발생 가능한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을 꼽았다. 영국에서도 해당 리스크가 상위에 랭크됐다.

특히 러시아의 보복성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사이버 리스크가 대두할 가능성을 주요국은 높게 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거의 부각되지 않는 리스크다.
 

[한국은행]

 

 


◇종전 기대감속 확전 우려도…블랙스완 그 자체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 각도로 튈지 몰라, 상황에 따라 계묘년 초대형 리스크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달(2월)부터 러시아산 유가 상한제를 도입한 국가에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잠잠해지는가 했던 유가가 재차 폭등할 가능성도 무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추가 확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로 전쟁이 번질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과 비교되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 경우 유가 상승과 달러-원 환율 추가 급등,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규모 유출 등이 겹치게 된다면 채권시장은 다시 암흑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채 발행 규모나 현재 금리 수준을 고려했을 때 올해 서울채권시장은 외국인들의 채권시장 유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당국이 나서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할 정도다. 우크라이나 이슈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간다면 초대형 돌발악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전력의 적자 확대도 예견되는 부작용이다. 지난해 한전의 사상 최대 채권 발행이 크레디트 시장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

한은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정책당국과 시장의 노력으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으나, 향후 대내외의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로 글로벌 달러유동성이 축소되면서 국내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되고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 악화 및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부족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상황이 현재 수준만 유지해준다고 하면 유가나 환율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만에 하나 종전이 된다면 물가가 하락하고 통화정책도 완화적으로 틀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jhkim7@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8시 4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