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이 채권시장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 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준금리를 인상한지 불과 며칠만에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는 수준까지 내려가자 한은은 피벗 신호를 준 적이 없다며 시장의 비둘기파적인 전망을 수정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다.

20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18일 열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 발언이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지나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국고 3년 금리가 전일 3.248%로 마감하면서 현재 3.5%인 기준금리의 25bp 인하를 반영하는 수준까지 내려가자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채권시장은 이 총재가 지난 간담회에서 '지금은 이미 금리가 높은 수준', '(최종 기준금리) 3.75%를 생각했던 사람들은 예상을 조정했을 것' 등 1월 금통위에서 찾아볼 수 없던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내놓자 강세를 나타낸 바 있다.

한은은 이 총재가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석의 문제도 있다며 반박을 제기했다.

이 총재가 예상보다 물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고 발언하는 등 기준금리의 상·하방을 모두 열어놓았는데 시장이 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총재께서 반대되는 얘기도 했는데 비둘기파적인 발언만 부각됐다"며 "또 18일 금리 하락은 전일 미국 국채 금리 하락과 구로다 일본은행(BOJ) 총재의 발언 영향도 겹쳐서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채권시장은 오후 3시에 이창용 총재의 모두 발언이 나오기 전부터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동결한 일본은행(BOJ)의 결정에 강세를 나타낸 바 있다.

한은 관계자들은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포함한 피벗 기대에 대해서도 주의를 줬다.

한은의 다른 한 고위 관계자는 "총재께서 피벗 신호를 한 적이 없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최종금리의 수준과 그 최종 금리가 얼마나 오랜 기간 유지될 것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최종 금리의 유지 기간은 결국 물가가 목표에 얼마나 빠른 기간 내에 수렴할 것인지의 확신과 관계돼 있는데, 물가 전망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통위의 구도상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3.75%와 3.5%가 될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고, 3.5%에서 인상이 멈춘다고 해도 동결 기간은 길어질 수 있다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또 최종 기준금리의 동결 기간을 결정하게 될 우리나라 물가의 둔화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딜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전일 한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올해 유가 수준이 지난해보다 낮아지더라도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에너지 요금에 뒤늦게 반영되면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는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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