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KB국민카드는 업계 1위였다.

지난 1987년 9월 국민은행에서 취급했던 신용카드 업무 부문을 독립, 분사해 설립된 국민신용카드는 국내 카드사 최초로 설립된 전업 신용카드사였다.

그렇게 한동안 우월적 지위를 누리던 국민신용카드는 업계 최초로 이용금액 10조 원을 달성한 이래 국민할부금융, 장은신용카드 등을 합병하며 세를 불렸다. 2000년에는 신용카드사 중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서 기업공개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 이른바 '카드대란'이 발생하며 LG카드가 인수합병(M&A) 시장의 매물로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LG카드 새 주인으로 신한금융지주가 낙점된 이후 국민신용카드는 신한카드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20년이 지난 지금 LG카드는 KB금융그룹에서 꽤 아까운 매물로 손꼽힌다. 당시 KB금융지주도 LG카드 인수를 검토했지만 어떻게 번질지 모르는 카드채 사태를 앞두고 덜컥 인수를 결정하기엔 LG카드의 덩치가 너무 컸다.

신한카드는 LG카드와의 합병 이후 눈에 띄게 성장했다. 그 사이 국민신용카드는 KB국민카드로 새롭게 출범해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에 전념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선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에 이어 업계 3위를 두고 현대카드와 경쟁하는 형국이 됐다.

최근 KB국민카드가 30여 년 전 영광을 되찾겠다고 한다. 연초부터 '업계 1위 도약'을 내건 공격적인 행보는 연일 카드 업계에 적잖은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이창권 사장이 있다.

이창권 사장은 그룹 내에서 누구보다 카드를 잘 아는 인물로 손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은행에 갓 입행한 이 사장에게 주어진 업무는 자회사였던 국민신용카드의 경영관리를 살피는 일이었다. 이 사장은 당시 시장 점유율 1위였던 국민신용카드의 경영 전반을 살뜰히 챙겼다.

이후 그룹 내 '전략·기획통'으로 성장한 이 사장에게 전략기획의 시작점이 된 곳도 카드였다. 그는 2013년 KB국민카드 전략기획부장, 신사업 부장을 맡으며 카드와의 인연을 이어왔다.

10여 년 만에 조직의 수장이 돼 복귀한 KB국민카드에서 이 사장은 '업계 1위'를 되찾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단순한 신용카드 사용액 기준의 시장점유율보단 '넘버원(No. 1) 금융 플랫폼 기업'의 지향점에 걸맞은 월간활성사용자수(MAU)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KB국민카드의 MAU는 600만 명을 돌파해 신한카드와 업계 1위를 다투고 있다.

해외 시장 역시 맹공 태세다.

최근 KB국민카드는 캄보디아 현지 리스회사 '아이파이낸스리싱(IFL)'을 인수했다. 자동차 할부금융에 특화한 KB대한특수은행으로 캄보디아 진출 5년 만에 현지 여신전문금융업계 1위에 올라선 국민카드가 사업 다각화에 나선 셈이다. 성장의 한계가 명확한 국내보단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이 사장 체제에서의 인 오가닉 성장 가능성도 거론한다. 지주에서 전략총괄(CSO) 부사장을 지내며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주도했던 이 사장을 카드로 보낸 이유가 있으리란 논리다.

카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이 KB국민카드"라며 "1등을 해본 곳이다. 만약 인 오가닉 성장까지 더해진다면 현재의 페이먼트 경쟁 체제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내다봤다.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KB국민카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