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어닝 시즌이 시작되면서 오는 14일 실적을 공개할 JP모건과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대형 은행들에 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월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은행권 안팎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할 첫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전체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은행 유동성 위기 등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2분기(32%) 이후 가장 큰 폭의 수익 감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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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은행들의 1분기 실적과 관련해선 선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은행업종의 주당순이익(EPS)이 5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되고,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트레이딩 부문의 실적도 개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못하고 주택담보 대출 금리 상승세가 둔화한 점은 투자은행(IB)과 모기지 부문의 실적에 부담이 되는 요인으로 꼽혔다.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SVB 파산 사태에도 이런 부정적 재료의 영향력은 제한될 전망이다.

따라서 실적 자체보다는 1분기 경영 성과와 함께 나오는 은행 경영진의 코멘트가 이번 어닝 시즌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유동성 위기 이후 미국 경제 전망은 물론 은행권 내 자금의 흐름과 대출 기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최고경영자(CEO)들의 '입'을 통해 확인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지난 6일 방송 인터뷰에서 "대출이 조금씩 줄고 소비가 조금씩 깎이고 사업이 조금씩 물러나고 있다"며 "SVB 붕괴로 시작된 은행 위기의 여파로 미국의 경기침체 위험성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그는 은행의 추가 파산 가능성과 관련해 "이번 혼란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면서 "일부 은행이 도산하도록 해도 큰 문제가 아니다. 도미노 효과가 나타나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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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실적 전망과 관련해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집권 당시 완화된 중형 은행에 대한 각종 규제의 복구가 핵심 이슈다. 미국은 2008년 금융 위기를 거치며 자산 규모 500억 달러 이상 은행에 대해 강화된 감독 기준을 적용해 왔지만, 2018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공화당과 일부 중도성향 민주당 의원들이 합세해 이를 2천500억 달러로 대폭 상향하는 수정안을 처리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SVB와 시그니처은행 연쇄 파산 사태 이후 중형 규모의 지역 은행에 대한 당국의 감독 강화를 지시했다. 자산규모 1천억달러 이상 지역 은행에 대해서도 위기 상황에 대비해 유동성 및 자본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규제 내용은 다음 달 공개될 예정으로, 해당 은행들이 유동성과 자본 요건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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