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일본 외환 당국과 시장 참가자 간에 145엔선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이 레벨이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핵심 환율 방어선으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외환 당국의 환율방어선으로 인식되는 '구로다 라인'을 대체하는 '포스트 구로다 라인' 관련 논의다.




구로다 라인은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BOJ) 총재가 지난 2015년 6월 10일 과도한 엔저(달러-엔 환율 상승·엔화 가치 하락)를 견제하는 발언을 할 당시의 달러-엔 수준인 124엔 중후반 레벨을 가리키는 말이다. 상당 기간 금융시장에서 일본 당국의 암묵적 환율 방어선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였다.

당국이 설정한 이 저항선은 작년 3월 28일 달러-엔이 2015년 8월 이후 6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125엔선을 뚫고 올라선 후 지지력을 확보하면서 사실상 용도 폐기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행보를 등에 업은 '킹달러(달러화 초강세)' 현상이 그 배경이 됐다.


달러-엔 환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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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환시장에선 최대 두차례 정도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연준과 기존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은행의 입장차이가 부각되면서 달러-엔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5월 말 달러-엔이 140엔선을 상회하자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 금융청 등 당국이 긴급회의를 소집, 구두 개입을 단행하기도 했다.

140엔선 방어에 실패한 일본 외환 당국은 이후 여러 차례 코멘트를 내면서 145엔선 수성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에는 달러-엔이 작년 당국 개입 레벨인 145엔을 터치하자 스즈키 ?이치 일본 재무상이 "최근 환율 움직임이 급속하고 일방적"이라는 경고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환율이 급변하거나 수급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 외환시장에 직접 참가하는 데, 이를 실개입이라고 한다. 이 국면에서 정부는 최종적인 정책적 판단, 중앙은행은 실제 운영을 각각 담당한다. 당국은 통상 실개입 전 구두 개입을 통해 시장에 방향성을 부여한다.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시장이 폭주하면 실제 '액션'이 취해진다.

스즈키 재무상은 6월 들어 달러-엔이 140엔선을 넘어 145엔선을 테스트하자 "(엔화 가치의) 과도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내놨다. 미국과의 공조 움직임도 관측된다. 현지 언론(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엔화 약세 대응을 위한 환시 개입 여부와 관련해 일본 정부와 조율 중"이라고 공개했다.

미국과의 공조는 145엔선이 일본 외환 당국의 새로운 환율 방어선이라는 시장의 관측에 설득력을 더하는 재료가 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구로다 라인이 설정된 2015년 6월께 달러화 강세를 우려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때 '오바마·구로다 라인'이라는 말이 회자하기도 했다.

다만 외환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145엔선보다는 작년 가을 일본 외환 당국이 적극적으로 실개입에 나섰던 150엔선이 궁극적인 환율 방어 레벨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퀵(QUICK)이 지난 5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50엔(19%)'이 '145엔(26%)'에 이어 엔화 매수 개입 레벨로 가장 많이 거론됐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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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달러-엔 환율의 상승에도 일본은행이 수익률곡선 제어(YCC)를 필두로 하는 기존의 통화완화정책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는 올해 4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률이 2%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한다면 (기존의 대규모 금융완화를) 계속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베테랑 딜러는 "일본 내 임금과 물가 상승의 지속성에 의문이 있고 채권시장 분위기를 훑어본 결과 YCC 정책 수정의 시급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며 "우에다 총재는 기본적으로 신중한 스타일인데, 환시 개입이라는 카드까지 갖고 있다. 급격한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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