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금융시장의 위기 국면에서 또다시 해결사로 나섰다. 지역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 후 불거진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 국면에서 주가 폭락으로 위기에 처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한 것이다.

해결사로서 JP모건의 면모는 116년 전인 1907년에 발생한 '금융 패닉' 때 처음 드러났다. 그해 10월 뉴욕에선 주가가 폭락하면서 일부 은행이 문을 닫는 등 부실 은행이 속출했고, 고객 자금을 운용하던 투자신탁회사들도 무더기로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JP모건의 창업자인 존 피어폰트 모건(John Pierpont Morgan)이 수습에 나섰다. JP모건이라는 사명은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모건은 구제기금 설립을 주도하며 은행과 투신사, 뉴욕증권거래소, 뉴욕시의 파산을 막았다. 그해 11월 위기가 진정되자, 금융계에서 그의 위상과 영향력은 확고해졌다. 다만 더는 개인에게 해결사 역할을 맡길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 결과 1913년 '연방준비법'이 제정됐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렇게 탄생했다.

JP모건은 2008년 금융 위기 때도 소방수 역할을 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위기를 부른 대형 투자은행들을 구제금융으로 살려내 대마불사라는 흑역사를 썼는데, JP모건을 이끌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회장은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의 인수로 글로벌 금융위기 완화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재무부와 연준은 미국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를 다이먼이 이끄는 JP모건에 24억 달러라는 헐값에 넘겼다. JP모건은 또 미국 최대 저축은행인 워싱턴뮤추얼을 19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로써 JP모건은 금융 위기의 구원투수라는 명분을 쌓으며 몸집을 불리는 데 성공했다.

그랬던 JP모건이 이번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사태 초기부터 수습을 주도하며 다시 한번 구원 투수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와 관련해 2008년 금융위기 때 JP모건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그가 실리를 챙기면서 은행 위기를 종식한 영웅으로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JP모건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대출 1천730억달러, 300억달러의 증권, 920억 달러의 예금을 인수하게 된다. 파산 관재인인 연방예금공사(FDIC)에 26억달러를 지불하고, 구조조정 비용 20억달러를 제외하면 순자산 증가액은 5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제이미 다이먼 회장



다만 JP모건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인수 하루 뒤인 2일 뉴욕증시에선 지역은행 전반의 건전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관련 주식에 대한 투매가 일었다. 1907년 금융 패닉, 2008년 금융 위기는 모두 은행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공포로 시작했다. 당국의 발 빠른 대처로 지역은행들의 추락으로 인한 위기감이 금융권 전체로 퍼지는 것은 막았지만 이것이 사태의 끝인지는 좀 더 지켜 봐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월가의 황제' JP모건의 행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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