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은행권의 은행채 순상환 기조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의 유동성 규제 정상화에 대한 사전 대응을 통해 자금 여유가 있는 상황이며, 최근 시장금리가 올라 발행을 급격히 늘리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다만 9월에는 만기도래 규모가 20조원대로 증가하는 만큼 이 기조가 더 이어질지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7일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통계(화면번호 4236)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 규모는 10조6천300억원인데, 발행된 은행채는 9조4천500억원 수준에 그쳤다.

1조1천800억원 규모로 순상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순발행 기조로 전환했던 은행채가 6월 순상환 기조로 다시 돌아선 뒤 3개월째 같은 흐름을 보인다.

지난 6월에는 1조5천억원, 지난 7월에는 4조6천711억원 수준으로 순상환이 이뤄진 바 있다.

금융당국이 사전에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에 대한 단계적 정상화를 예고하면서, 미리 선제적으로 대비한 은행들의 경우 현재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다 보니 자금 조달 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2분기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평균 LCR은 10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7월부터 적용된 규제비율(95%)보다 높다.

아울러 은행들의 대출자산 규모 자체가 최근 많이 늘어나지 않는 것도 영향을 줬다.

주요 시중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확대되고 있으나 신용대출 등은 여전히 축소되고 있고, 특히 최근 늘어나는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이 특례보금자리론이기도 해 은행채 발행 압력으로 강하게 작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시장금리가 크게 오른 것도 조달 수요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일 기준 'AAA' 등급 은행채 3년물의 개별민평금리는 연 4.173%다. 3년물 금리는 지난 3월 중순부터 5월 하순까지 3%대 후반대를 유지했다가, 6월에 본격적으로 4%로 다시 오른 이후 해당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자금 담당 임원은 "시장 금리가 현재 높은 수준이다 보니, 현재 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은행채를 발행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특히 예금 등 수신도 충분해서 지금 굳이 찍어야 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금융당국이 3분기부터 은행채 발행량 한도 관리를 월별에서 분기별로 완화하기로 하면서, 은행들이 매월 급하게 은행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3분기 말인 9월에는 은행채 만기가 20조원 규모로 늘어난다는 점에서 그간의 순상환 기조에서 벗어나 조만간 발행이 크게 확대될 여지도 있다.

최근 은행채 만기가 지난 6월에는 21조원, 7월에는 23조원 규모로 도래했음에도 순상환 기조를 이어왔고, 이달의 경우도 월말까지 만기 규모가 6조원 이상 남은 만큼, 미리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해놓으려는 수요가 나올 수 있다.

다른 시중은행 자금 담당 임원은 "3분기 말인 9월경부터는 은행들의 만기가 많이 도래한다"며 "은행들이 일정 부분 발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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