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전 세계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일본에서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처럼 지역은행이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은 장기 금리가 10년 넘게 1%를 밑돈 지역이고 많은 은행의 주요 예금자는 정부가 전액 보장하는 노인들"이라며 "하지만 7월 중순 일본 금융청이 지역은행들에 빠른 금리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일본 금융당국이 이처럼 말했다는 것은 전 세계 정책결정자들과 투자자들이 금리인상으로 터질 수 있는 금융 지뢰를 얼마나 불안하게 보고 있는지 드러내는 신호"라며 "일본 지역은행들도 보유 중인 채권에서 발생한 미실현 손실로 타격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 금융당국은 일본 지역은행들이 미국 SVB 등과 비교해 더 자본이 탄탄하고 '뱅크런'에 덜 취약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은행 또한 21세기 들어 사실상 제로금리를 내내 유지해왔고 금리 정책을 빠르게 바꾸는 카드는 단기적인 계획에 없는 상태다.

그렇더라도 일본 채권시장은 지난 몇 주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7월 말 10년물 일본 국채금리의 상단을 기존 0.5%에서 1.0%까지 올렸고 현재 0.6%대에서 10년물은 거래 중이다. 이는 2014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모든 만기의 일본 국채를 망라해 지수로 산출한 'ICE BoA 일본 국채 지수'는 지난 달 1.2% 하락했다. 이 가운데 만기가 10년 이상인 일본 국채들만 따로 모은 지수는 같은 기간 2.5% 하락하며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지역은행의 불안 요소는 3대 메가뱅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산 내 장기물 채권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4월 발간된 일본은행의 금융시스템보고서를 보면 채권금리가 전반적으로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일본 지역은행들은 보유 중인 일본 국채에 3조4천억엔(약 230억달러)의 미실현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 지역은행들의 국내채권 미실현 손실은 100억달 수준이었다.

일본 지역은행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주가로도 드러난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팩트셋이 만든 지수는 약 40개의 일본 지역은행과 일본 우체국은행의 주가 실적을 측정해 반영하는데 올해 들어 약 1% 상승했다. 일본 3대 메가뱅크인 미쓰비시UFJ, 스미토모미쓰이, 미즈호의 주가가 올해 거의 20%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영업이익과 비교해 미실현 채권 손실이 큰 몇몇 지역은행의 주가는 올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 북부 지역은행인 도치기은행의 대표는 일본 내 지역은행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서는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대출 수요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WSJ에 말했다.

그는 도치기은행이 더 높은 대출 금리를 감당할 수 있는 대출자가 줄어든 반면 채권 포트폴리오에선 손실을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은행들의 총자산 추이
<출처 : 월스트리트저널·일본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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