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4일 서울 중국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3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서울=연합인포맥스) ○…단정하게 빗은 머리와 검은색 정장.
지난 24일 낮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취업준비생티가 나는 옷차림들이 눈에 띄었다. 대형 증권사 7곳이 참여한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장소였다.

증권맨을 꿈꾸는 구직자들은 기대감을 보였다. 대학에서 정보기술(IT)을 공부한 황 모 씨는 "경제를 좋아해 테크기업이 아닌 증권사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 모 씨는 "투자가 좋아 투자동아리를 경험했고, 증권사에서 퀀트 투자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채권 운용 직무를 희망하는 홍 모 씨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채권은 거시경제 예측과 그 움직임이 맞아떨어져 매력적"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일자리가 적어 뽑히는 대로 가야 한다"며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준생 사이에선 "인턴 자리조차 구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돈다고 한다.

증권·금융업계가 지난해부터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이야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 수는 2021년 4분기부터 2022년 4분기까지 2.46% 늘었다. 반면 금융 및 보험업 임금 근로 일자리 수는 같은 기간에 0.7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권업계 수익성이 이른 시일 안에 크게 나아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해외 부동산 리스크, CFD(차액결제거래) 사태 때문이다.

A증권사 인사 담당자는 "뛰어난 인재를 모두 모실 수 없어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청년 취업난은 금융투자업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15~29세 실업률은 6.0%로 전년 동기보다 낮아졌지만, 비경제활동인구 중 15~29세 '쉬었음' 인구가 40만2천 명으로 11.2% 급증했다.

일하고 싶었지만 좌절하고 구직을 포기한 이들이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못한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도 들린다.

20세기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삶에 필수적인 노동(labor)과 삶에 의미를 주는 작업(work)을 구별했다. 인간의 일은 노동이면서 작업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일자리는 밥벌이인 동시에 자아를 실현할 기회다. 기업과 그 구성원이 창출하는 일자리가 가진 의미다.

"안전자산인 채권은 나와 닮았다"며 채권 운용을 하고 싶은 이유를 말해준 청년과 같은 신입사원들로 북적이는 증권가를 기대한다. (투자금융부 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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