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목 액트 운영사 컨두잇 대표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다윗은 돌팔매가 있었기에 거인 골리앗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소액주주가 대주주를 이기려면 어떠한 무기가 필요할까. 한 명의 개미였던 이상목 컨두잇 대표가 선보인 행동주의 플랫폼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이상목 대표는 평범한 직장인 중 하나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DB손해보험 자산운용 부문에서 8년 이상 경력을 쌓고 있던 그가 변신할 수 있었던 계기는 DB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DB하이텍이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위탁생산)와 팹리스(설계)를 병행하는 유망한 반도체 제조사다.

하지만 DB하이텍이 소액주주의 반발에도 팹리스 사업부를 물적분할하기로 하자 이 대표는 더이상 '사서 기다리는(Buy and Wait)' 투자를 해선 안 된다고 느꼈다. 컨두잇을 설립하고, '사서 행동하는(Buy and Act)' 주주행동주의 플랫폼 서비스 액트를 선보이게 된 계기였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맡았던 그는 "작년 7월 물적분할 사태가 벌어지면서 주가가 15.7% 급락했었다"라며 "여기에 대응해 소액주주가 2~3천명까지 모이는 과정에서 주주운동을 하게 됐고, 더 잘하고 싶었다"라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소액주주가 협동하기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고자 했다. 평범한 개미라면 주주로서 인증이 어렵고 서면으로 위임해야 하는 데다, 주주행동 경험도 공유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예컨대 DB하이텍 소액주주 지분율이 70%를 넘어 20%를 밑도는 대주주 측 지분율을 훌쩍 웃돌았지만, 소액주주 측 의견이 관철되지 않았다. 이들을 모으는 구심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뭉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생각으로 앱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액트가 처음 만들어진 건 올해 1월이다. 3월 주주총회 시즌에 대비해 전자 위임만 가능한 초기 버전이었다. 여기에 업그레이드를 더해 마이데이터를 바탕으로 인증까지 가능한 앱으로 지난 8월 고도화됐다.

개미들이 너도나도 가입을 시작한 건 그 무렵이었다. 액트의 가입자 수가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한 경쟁사들의 가입자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다. 현재 액트는 2천500개 종목을 보유한 2만5천명의 주주와 함께하고 있다.

이 대표는 "특히 주총을 제대로 경험한 조직은 컨두잇이 유일하다"라며 "소액주주를 모아 주주운동을 펼치면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소문이 퍼진 덕분에 요즘 분쟁 건은 거의 100% 액트로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액트 사용법은 간단하다. 모바일 앱에 가입하면 지분결집부터 주총까지 성공적인 주주운동에 필요한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인증을 통해 A 종목의 주주라는 사실을 인증받으면 A 종목 방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에서 주주는 다른 소액주주들과 의견을 교환한다.

만약 주주운동과 관련해 도움이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자문도 제공된다. 대주주 측과의 대결을 수차례 경험한 주주운동 전문가가 정교한 전략을 짜주는 것이다.

컨두잇 구성원은 외국계 투자은행(IB) 출신,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 변호사 출신, 주주연대 대표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을 자랑한다.

플랫폼을 구축한 정보기술(IT) 인력은 중에선 쿠팡 출신 개발자가 여럿이다. 이 대표는 "쿠팡의 성장을 경험했던 개발자가 리더십을 맡아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15년차 이상의 개발자를 여럿 보유하고 있다는 이 대표는 "개발 측면에서 다른 곳을 압도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소액주주의 성원에 힘입어 성장 중인 액트, 역설적이게도 액트의 성장 발판은 우리나라 특유의 후진적 지배구조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실시한 지배구조 평가(2020년 기준)에서 한국은 12개국 중 9위였다. 인도와 태국보다 낮은 하위권이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 이러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앱이 등장했을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앞으로는 뭉친 개인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를 예로 들며 창업주 가문보다 소액주주가 더 많은 지분을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를 대주주로, 대주주를 소액주주로 부를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이 대표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지 않고 뭉치기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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