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과 KT 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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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과 KT가 7천5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발표했다. 모빌리티를 포함해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합친다는 취지다.

국내 기업 간 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자사주를 맞교환해 지분을 나눠 갖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가 타법인 주식을 취득한 경우는 계열 회사를 빼고는 보스톤다이나믹과 포티투닷 등이 전부다.

이 역시 계열사로 편입하기 위한 투자 목적의 성격으로, 지분 맞교환과는 그 결이 달랐다. 현대차는 지분 교환을 통해 KT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KT도 마찬가지다. KT는 과거 신한금융지주와 4천375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외 기업과 지분을 대규모로 나눠 가진 경우는 없었다.

이 같은 이례적인 혈맹 구축에 시장에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양사 선택에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기 위해 분주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윤경림 전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의 역할이 컸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KT에서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 글로벌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한 윤경림 전 사장은 현대차에서도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 부사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현대차와 KT를 오가며 기업 미래 전략을 짠 경험이 있던 인물이다.

이러한 연유로 올해 초 KT 차기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두 회사간 아름다운 동행에도 변화의 조짐이 생기는 듯 보였다.

현대차가 KT 대표이사 선출에 대주주(국민연금)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당시 윤경림 대표 후보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드러냈기 때문.

당시 정치권의 외풍이 거셌던 터라 현대차 입장에서도 KT와 거리를 둘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KT를 둘러싼 대외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현대차에서 빠른 손절을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최근까지 법조계에서는 KT와 현대차의 유착 관계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구현모 전 KT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동서가 설립했던 스파크란 회사를 고가 매입한 데 관여했을 것이란 의혹에 수사를 받고 있다.

여차저차 시간은 흘러 KT는 구현모, 윤경림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이슈를 일단락짓고 김영섭 대표를 차기 수장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 첫 실적 발표에 또다시 현대차가 KT를 당황하게 하는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통신업계 '만년 3위' LG유플러스가 전체 이동통신 가입 회선 수에서 KT를 제치고 2위에 오른 것. 이번에도 현대차그룹이 KT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LG유플러스는 올해 1월부터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차량에 무선통신(텔레매틱스) 회선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올해부터 공급하는 커넥티드카 회선이 업계 2위로 올라서는 데 가장 주요했다는 설명을 달기도 했다.

이에 놀란 KT는 이익률이 높은 고객용 휴대전화 가입자 수로 보면 업계 2위 자리를 지켰다는 자존심 구기는 해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통신 회선 이슈는 단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현대차와 KT의 관계를 지켜봐 왔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혈맹', '동맹'이란 단어를 더 이상 쓰기 애매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앞으로도 현대차와 KT의 협력은 계속해서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형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혁명을 위해서는 'V2X' 구축이 필수적이고, 현재 가장 앞서가는 기술력을 양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대대적인 지분 맞교환을 발표했을 당시의 사업 확장 기대감은 많이 희석된 분위기다. 투자자들 역시 검찰의 수사가 이어지면서 현대차와 KT간 지분 처분 공시가 나는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기업금융부 최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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