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3번째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김종민 국회의원


(서울=연합인포맥스) ○…"부산에서의 사업은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잘 됐다"

금융투자협회의 전신인 대한증권업협회 송대순 초대 회장은 한국전쟁 때 맞은 증권업 호황을 이같이 회상했다.

한반도에서 벌어진 비극으로 피란민이 몰린 부산에서는 전비 조달용으로 발행된 건국국채와 생계를 목적으로 처분되는 지가증권의 매매가 활성화됐다. 한국전쟁 시기에 우리나라 2호 증권사 고려증권과 영남증권·국제증권·동양증권 등이 출현한 배경이다.

정전협정 이후 이들 4곳의 증권사와 해방 후 1호 증권사인 대한증권(현 교보증권)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고자 했고, 그 노력은 1953년 11월 23일 대한증권업협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총성이 울려 퍼지는 위기 속에서의 기회를 살린 금융투자업체가 현재의 금융투자협회를 낳은 것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DNA를 가진 업계와 협회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70돌을 기념했다. 업계의 역사를 기억하는 역대 금융투자협회장과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가 모였고,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축사했다.

축하의 자리에서 눈에 띄게 보이던 빈자리들은 금융투자업계가 당면한 위기 상황을 말하는 듯했다. 2분기 연속 적자를 낸 한 대형 증권사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로 흔들리는 한 중형 증권사의 대표는 끝없이 부는 가혹한 한파를 우려했다. 모 자산운용사 대표는 "미국 금리가 금방 떨어질 듯하진 않다"며 내년 업황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와 협회는 지난 70년 동안 숱한 위기를 극복해왔다.

1960년대 초반에는 증권파동으로 업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시 박정희 의장의 국가재건최고회의가 자본시장 육성을 천명하자, 자본시장의 중심인 대한증권거래소의 발행주식이 폭등했다.

개인투자자는 거래소를 장악하려는 증권사의 매점으로 한껏 부풀려진 가격의 주식을 사들였고, 이후 처참하게 꺼지는 거품을 바라보며 절망했다. 중앙정보부와 증권사가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은 업계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는 결정타였다.

그럼에도 기업공개 촉진 정책이 1970년대에 효과를 발휘하며 주식시장의 활기가 되살아났다. 비슷한 시기에 힘찬 태동을 시작한 투자신탁업도 시장으로부터 멀어졌던 국민의 관심을 되돌렸다.

1990년대 후반에는 투자신탁회사가 몰락했다. 1980년대 저달러, 저유가, 저금리의 이른바 3저 속에서 해외원유, 외자, 수출에 크게 의존해 경제발전을 계속해온 한국은 의외의 호기를 맞았다. 이런 3저호황 속 전성기를 누렸던 한국투자신탁·대한투자신탁·국민투자신탁은 1989년에 첫 위기를 마주했다. 이들은 급락하는 코스피를 방어하려는 정부의 주문대로 주식을 쓸어 담는 시장 개입에 나섰으나 야속하게도 주가는 계속 하락했다.

이 사태로 자기자본을 까먹은 3대 투자신탁회사는 환매 요청이 빗발쳤던 외환위기라는 높은 파도를 결국 넘지 못했다. 그런 펀드 업계도 5년의 암흑기를 거친 뒤에 미래에셋이 주도한 펀드 열풍의 시대를 맞아 부활했다.

이후에도 금융투자업계와 금융투자협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위기 등을 겪었다. 하지만 오늘날 금융투자산업은 주식시장 시가총액 2천400조원·자산운용시장의 순자산총액 1천500조원이라는 성과를 달성했고, 금융 선진국 못지않은 혁신적인 금융투자서비스를 다수 선보였다.

지금은 냉혹한 대내외 경제환경과 더불어 해외 대체투자 손실과 국내 부동산 PF 손실,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 각종 금융사고가 업계와 협회의 고민거리다.

이날 기념식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김종민 의원이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그래도 최근 들어서 많이 발전했다"며 "금융투자협회가 많은 도전을 해결해 나가는 주체이며, 협회의 활동을 정치인이 가능한 많이 뒷받침하겠다"고 다독인 배경이다.

금융투자업은 어느 업종보다 부침이 많다. 지난 70년을 뒤돌아보면 숱한 파도를 이겨왔다.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대내외 악재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70년 내공으로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지난 70년간 이룬 눈부신 발전은 우리 금융투자업계의 끝없는 혁신과 도전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회사를 이용해주신 국민 모두의 믿음과 성원 덕분"이라며 "지난 70년의 가치를 되새기고, 새롭게 시작될 100년을 충실하게 준비해가겠다"고 강조했다. (투자금융부 서영태 송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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