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내 금융회사들이 투자하는 해외 대체투자 상품 대다수가 허수였던 시절이 있었다. 현지에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제대로 된 실사조차 하기 어려운 상품들이 해외 대체투자에 목마른 한국의 금융회사들에게 소개됐고 수백, 수천억 원의 돈이 그렇게 알지도 못하는 상품에 투자됐다.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금융회사로의 도약을 꿈꿔온 국내 금융회사들의 무지했던 투자는 유럽 재정위기, 팬더믹 등의 위기를 거쳐 장기간 금리 상승기에 노출되며 지금의 부실자산이 됐다. 국내 금융회사의 허울뿐인 해외 대체투자 실상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송준용 롯데손해보험 전무는 15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익률을 좇던 항공기, 호텔, 부동산에서 손실을 본 국내 기관투자자가 다수"라며 "저금리 시대에 수익률을 제고하려던 성급했던 니즈가 길어진 금리 인상기를 만나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불확실한 회수 시장을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무가 롯데손보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 2021년 7월의 일이다. 연기금 시장에서 이미 대체투자 전문가로 유명한 그가 매각을 앞둔 롯데손보로 가는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리밸런싱 적임자가 이적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채권시장에서 알려질대로 알려진 그의 명성은 일은증권, 지금의 상상인증권이 출발선이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10여년 간 채권팀장으로 몸담은 일은증권에서 송 전무는 당시 3천억 원 규모의 원화채를 운용하며 채권영업을 총괄했다. 매년 평균 300억~500억 원의 수익을 창출했던 그는 채권시장 내 타율 좋은 선수였다.

이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8년의 시간 동안 FICC(채권·통화· 실물자산 상품)와 관련한 모든 금융상품을 총괄했다. 해외 시장에서 구조화된 상품을 비롯해 각종 크레딧, 이자율, 외환 파생상품이 그의 손을 거쳤다. 당시 씨티그룹은 국내 연기금은 물론 은행, 보험사들과 1조 원 규모가 넘는 구조화 상품을 거래했다.

이후 블랙스톤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사모펀드와 신용펀드, 헤지펀드, 부동산펀드 등 블랙스톤이 쏟아낸 상품의 국내 마케팅을 총괄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모두가 해외 투자를 주저할 시기였지만, 블랙스톤은 그를 통해 5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한국 기관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2010년부터 7년간 몸담은 UBS에서의 시간은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송 전무를 가장 많이 기억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송 전무는 FICC와 관련한 모든 해외 상품과 국내외 대체투자를 총괄하며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대체투자 상품의 아시아 지역 판매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 UBS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해당 인프라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1조원 이상의 인수금융과 메자닌 론, 주식담보대출을 공급하기도 했다. 한국투자공사(KIC)와 국민연금에 10억 달러 규모의 사모펀드를 판 것도 그 때의 일이다.

송 전무가 자리하면서 롯데손보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안전자산 위주로 재편했다. 특히 자산의 시가평가가 중요해진 IFRS17과 IFRS9, 그리고 킥스(K-ICS) 체제에서 과거 편중됐던 대체투자는 롯데손보에 독이었다.

송 전무는 "시가 평가되는 수익증권은 기초자산의 펀더멘탈과 관계없이 시장 금리가 달라지면 기준가격이 변해 손익 변동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며 "수익증권의 익스포저를 줄이고 금리부자산을 늘리는 게 현재의 보험사들이 꾸려야 할 중장기 자산운용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금리가 오르는 시기를 우량 장기물 채권을 사들이는 좋은 기회로 판단했다. 새롭게 사들인 채권 대부분은 30·50년물 우량채로 신규채권은 최대한 만기 보유로 편입했다.

기존 대체투자에 대한 리밸런싱도 한창이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송 전무가 총괄하는 자산관리그룹 아래 자산 리밸런싱을 전담하는 팀을 신설했다.

자산관리그룹은 메트라이프생명에서 대체투자를 담당하다 미국 변호사로 활약했던 서재원 그룹장을 비롯해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에서 매니저 디렉터를 지냈던 유재억 팀장 등 내로라하는 외부 출신 인사들이 합류했다.

그 덕에 롯데손보는 지난 1여년 간 세컨더리 마켓을 통해 수익증권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며 투자금을 회수했다. 자산과 부채 간 금리위험액 차이를 줄이고자 채권 선도 계약도 맺었다. 킥스 비율을 개선하고자 금리위험액을 관리하려는 조치였다.

송 전무는 "UBS 시절 솔벤시 체제에 대응하는 글로벌 보험사들의 자산운용을 직접 봤다. 리밸런싱을 통해 자산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결국 수익과 직결되는 일"이라며 "롯데손보는 상장사다. 자산운용은 모든 주주의 관점에서 건전하게 운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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