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글로벌지식협럭단지 1층 로비. 경호원이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검은색 고급 세단에서 빨간 터번을 두른 남성이 내렸다.

날카로운 눈빛과 풍성한 수염이 특징인 이 인도계 미국인 남성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추천으로 세계은행 총재가 된 아제이 방가였다.

아제이 방가 총재는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씨티그룹에서도 아시아·태평양 사업 대표를 맡으며 승승장구했던 금융인이다. 인도 명문가에서 태어나 최상위 인도 대학인 세인트 스티븐스 칼리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명문 인도경영대(IIMA)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초엘리트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과 같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인도계 파워 피플 중 하나인 아제이 방가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열혈 팬이며, "President(총재님)"라고 부르는 사람에게 "Ajay(아제이)"라고 불러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더불어 양대 국제금융기구인 세계은행을 지난해 7월부터 이끌게 된 아시아계 신임 총재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은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직원 사이에서 예측됐던 일이다.

세계은행 총재로서 5년 반 만에 찾은 한국은 60년대부터 세계은행 등의 도움을 받아 빈곤을 퇴치하고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나라다.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로 전환한 모범 사례이자 더이상 세계은행의 개발자금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다. 이러한 한국을 아제이 방가 총재가 방문한 목적은 '지식과 경험'이었다.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경제발전관을 둘러본 아제이 방가 총재는 "한국은 50~60년 전 폐허에서 벗어나 극심한 빈곤과 외환위기 등을 넘어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과 지식을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으로 이식하려는 게 세계은행의 구상이다.

아제이 방가 총재는 "한국의 은행과 기업은 훌륭한 재무상태표와 인적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며 "개발도상국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한국국토정보공사 측에서 준비한 디지털 트윈(현실을 가상으로 구현) 기술을 활용한 도시 계획 프레젠테이션을 듣고는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의 재건 사업에 활용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아제이 방가 총재는 방한 중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한국의 건설·인프라·디지털 기업의 참여를 기대한 바 있다.

다만 인구 문제는 한국이 직면한 도전 중 하나라고 방가 총재는 강조했다. 경제활력을 유지하려면 인구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맞벌이하는 젊은 부부가 육아하기 어려운 환경과 지나치게 비싼 교육비 등 구체적인 원인도 지적됐다.

그럼에도 아제이 방가 총재는 "한국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한 지식과 능력의 요새"라며 해외 진출을 통해 다른 나라가 마주한 어려움을 해결할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투자금융부 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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