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해외에 계신 7천만 재외 동포 여러분, 푸른 용의 해,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대표적인 생성형 AI(인공지능) 중 하나인 구글의 제미나이가 써준 대통령 신년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대통령의 신년사로 활용하기에 좋은 문장으로 보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를 거의 그대로 따온 문장이다.

연설문 작성에 있어 생성형 AI들은 좋은 소재와 구성을 제공해주지만, 완성도나 내용 면에서 일부 한계점을 드러냈다.

연합인포맥스는 14일 대중화된 생성형 AI인 구글의 제미나이와 오픈AI의 챗GPT에 대통령의 신년사와 3·1절 기념사, 광복절 경축사, 국무회의 모두발언, 국회 시정연설, 졸업식 축사 등 각종 연설문을 작성해달라고 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해 초 정부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지인에게 부탁해 2023년도 대통령 신년사를 챗GPT가 써보게 해서 받아봤는데 그럴듯하고 훌륭했다. 몇 자 고치면 그냥 신년사로 나가도 괜찮을 정도"라고 언급한 바 있다.

'챗GPT의 아버지'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시험 삼아 신년사를 작성하며 챗GPT에 질문을 던져보니 제법 그럴듯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 발언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9.13 kane@yna.co.kr

 


제미나이가 작성한 대통령 신년사 일부

 


윤 대통령의 말대로 AI는 요구한 각각의 일정 성격에 맞게 기본적으로 구색을 갖춘 연설문을 써줬다.

공식 석상에서 AI가 작성해 준 연설문을 읽고 내려와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이다.

그러나 분량이나 연설문의 내용 면에서는 아쉬움도 남겼다.

연설문의 길이는 대체로 짧았고 개성 없는 상투적인 문장 위주로 구성됐다. 그러다 보니 인상에 남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담기지 않는 한계점이 엿보였다.

제미나이와 챗GPT 모두 각종 일정에 맞는 연설문을 써달라고 하자 그 즉시 거침없이 연설문을 써 내려갔다.

빠른 속도에도 일정의 성격에 들어맞는 내용이 담겼고 연설문의 구성도 기승전결을 명확하게 갖추는 모습이다.

가령 챗GPT는 광복절 경축사를 작성해 달라고 하자 광복절의 의미와 평화 및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 자유와 독립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려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아 완성도가 있는 연설문을 즉각 써줬다.

다만, AI는 조금 '뻔하다'고 느낄 수 있는 내용을 연설문에 담았다.

과거의 연설문들을 학습해 이를 기반으로 새 글을 작성하다 보니 정형화된 패턴을 반복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미나이는 신년사의 소주제를 경제위기 극복, 국민 안전, 미래를 위한 준비로 잡았는데,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써달라는 주문에도 같은 소주제로 연설문을 써줬다.

챗GPT는 신년사와 국무회의 모두 발언, 경제 행사 연설문 등을 작성해달라는 요청에 매번 경제 발전과 평등, 환경, 지속가능한 발전 등을 내용으로 담았다.

제미나이가 대통령 신년사의 서두 부분을 그대로 차용한 데서 유추할 수 있듯이 AI는 번뜩이는 발상이 담긴 문장을 구사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극적인 효과나 깊은 인상을 남기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챗GPT가 작성한 대통령 경제 행사 연설문

 


연설문의 길이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람이 쓰는 연설문과 달리 어떤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돼있지 않다 보니 기본에 충실한 문장들로 채워졌고 길이도 자연스럽게 짧은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제미나이와 챗GPT가 써준 연설문은 기본 골격을 갖추고 있어 연설문 초안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보인다. AI가 연설문의 밑그림을 그려주는 셈이다.

AI가 써준 대통령 연설문에 아쉬운 점들이 눈에 띄지만 향후 기술이 더 발전하고 학습을 더 할 경우 완성도 높은 연설문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AI에 어떻게 주문하는지에 따라, 즉 명령어를 얼마나 세련되게 입력하는지에 따라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는 경제 행사 연설문을 써달라고 요청했을 때보다 AI 또는 반도체 주제 행사의 연설문을 써달라고 구체적으로 질문했을 때 훨씬 더 풍부한 배경지식과 짜임새 있는 구성을 뽐냈다.

앞으로 인간에게 남겨진 몫은 'AI를 얼마나 잘 다뤄서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지'라는 일각의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미나이는 '대통령 연설문을 써달라고 부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저는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텍스트를 작성할 수 있는 대규모 언어 모델이다. 대통령 연설문을 써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내 능력 범위 내에 있는 일"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제미나이는 "인간과 같은 세계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지 않고,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감정이나 열정을 표현할 수 없다"면서 "인간 작가가 작성한 연설문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한계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고,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하는 과정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며 충분히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 접견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하고 있다. 2023.6.9 z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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