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주총장은 '썰렁'…'조카의 난' 박철완 전 상무도 불참

 

22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제 47기 정기 주주총회' 입장 모습
[최정우 촬영]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기자 = 22일 중구 시그니쳐타워 4층 대강당에서 열린 금호석유화학의 '제47기 정기 주주총회'에는 직접 의결권 행사를 위해 참석한 주주들이 많지 않았다.

이날 주총 시작 시각인 오전 9시. 10여분만을 남긴 상황에서도 두서명의 주주들이 띄엄띄엄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경영권 분쟁 상황이 무색할 만큼 주총을 찾은 주주를 손에 꼽아 셀 수 있을 만큼 참여도가 저조한 모습이었다.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에 소액주주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주총이 시작된 후 의결권 위임으로 주총에 참여한 총 주식수가 1천709만주를 넘었다는 집계가 나오면서 평가는 달라졌다.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이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영권 분쟁 상황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분쟁 상황 속 표 대결을 앞두고 의결권 대리 및 위임에 총력을 기울인 금호석화 측의 노력도 빛을 발했다.

이번 주총에 전자투표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만큼, 회사 측은 의결권 행사 권유 업무 대리인을 통해 주주들의 참여를 크게 독려했다.

권유 업무 대리인은 머로우소달리코리아, 엘엠파트너스, 한국의결권대행, 에스오피 등 총 네 곳이 수행했다.

이날에도 의결권 행사 대리인으로 보이는 금호석화 직원들이 두꺼운 서류봉투를 들고 주총장에 입장하는 모습에서 비장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금호석화의 일반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총 1천436만3천주로 전체 주식 수의 50,31%로 집계된다.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 등 특수관계인들의 총 주식 비중은 26%다.

여기에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 지분율 9.08%를 더해도 이번 표 대결에서 일반주주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구조였다.

주총을 찾은 한 주주는 "지인들의 의결권 위임을 받아 참석했다"면서 "거의 매년 벌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 안정성이 떨어져 불안을 느끼는 주주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총은 의결권 대리에 참여한 주주 규모가 컸던 만큼 표 집계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기존 9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주총은 의결권 주식 집계로 한 시간 늦춰진 오전 10시에나 진행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의장을 맡은 백종훈 의장은 오전 10시 주총을 시작하며 "코로나19는 종식했지만,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와 경기 침체 등으로 석유화학 시장이 좋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주주가치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주주들의 관심은 제2호 의안에 쏠렸다.

제2호 의안은 박철완 전 상무 측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자사주 소각과 관련된 안건이었다.

차파트너스 측은 이사회뿐 아니라 주총 결의로 자사주 소각을 결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금호석화는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철완 전 상무를 대리해 주총에 모습을 드러낸 김형균 차파트너스 대표는 2호 의안이 상정되자 마자 바로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18.4%에 달하는 자사주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로 금호석화는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고 있다"며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주주가치 제고와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상수 감사위원회 위원이자 사외이사를 지목하며 "회사가 자사주를 투자나 유동성 확보에 사용한다는 것에 동의하느냐"며 "자사주를 회사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백종훈 의장은 "자사주에 대해서는 투자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논문들도 있다"면서 "글로벌 스탠다드가 꼭 그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예민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주총은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 간 3차 '조카의 난'이 불거지며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됐다.

표 대결 결과는 박찬구 회장의 압승이었다.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올해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을 압박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금호석화 측에 손을 들어준 데 이어 소액주주들이 의결권 위임에 적극 나서면서 사측의 승리로 돌아갔다.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박철완 상무 경영권 분쟁 (PG)
[연합뉴스 자료 사진]

 

jwchoi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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