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출신의 스타 뱅커…JP모간증권 이직 뒤 ECM 부활시켜

하진수 JP모간증권 서울지점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남성 중심의 기업공개(IPO)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NH투자증권 투자은행(IB) 사업부 출신의 한 업계 관계자는 28일 하진수 신임 JP모간증권 서울지점장을 이같이 평가했다. NH투자증권에서 10여년간 몸담은 하 지점장은 전날 여성 최초로 JP모간증권 서울지점장 자리에 올랐다.

1973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에서 유학한 하 지점장은 1998년 도이치증권 기업금융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삼성증권 기업금융부(2001년~2003년)·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부(2003년~2006년)를 거친 뒤 뿌리를 내린 곳은 NH투자증권이었다.

국내 최고의 IB 중 하나인 NH투자증권에서 하 지점장은 조광재 제이씨에셋자산운용 대표 밑에서 성장했다. 2018년 NH투자증권 ECM 본부장 자리를 떠나기 전까지 조 대표는 20년 동안 NH투자증권 IPO를 이끌며 성공 신화를 썼던 인물이다.

실력파 선배들 밑에서 하 지점장은 빅딜을 경험하며 성장했다. 2014년 제일모직·2015년 제주항공·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대표적이다. 제일모직 기업공개 때는 30조 원 넘는 청약증거금이 몰리며 기록을 갈아치웠고, 제주항공 IPO는 LCC(저비용항공사) 업계 최초의 상장이었다. 2016년 11월 증시에 입성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가총액 4위의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오 회사로 성장했다.

하 지점장은 2017년 카카오 이전상장에도 참여하며 대형 IPO뿐만 아니라 복잡한 이전상장과 지주사 전환 문제의 해결사로도 이름을 날렸다.

2018년에는 NH투자증권 ECM2부 부서장으로 승진해 빅3 대형 증권사 중 첫 여성 부서장으로 유리천장을 깨기 시작했다. 야근이 잦고 영업력이 중요한 IPO 분야에서 프레젠테이션과 고객 소통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NH투자증권을 떠날 당시 회사에서 2주 이상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2019년 새 둥지를 튼 JP모간증권에서는 주식자본시장(ECM) 부활을 이끌었다. JP모간증권은 2017년 넷마블 상장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때 경쟁사인 씨티는 한화시스템 등 빅딜을 성공시키며 외국계 증권사 중 IPO 시장 선도자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하 지점장이 대형 IPO 수임을 이끌었고, JP모간증권은 달라졌다. JP모간증권은 쿠팡의 나스닥 상장으로 최고의 온라인유통 기업으로 성장할 자금의 조달을 도왔고, 방탄소년단을 제작한 하이브의 상장을 지원했다. 하이브 상장의 경우 외국계 증권사 중 유일하게 참여하며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제친 사례다. SK IET·크래프톤·카카오페이 등이 JP모간증권을 통해 수 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도 하 지점장이 이직한 뒤다.

하 지점장은 이러한 성과를 통해 2022년 4월, 매니징 디랙터(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외국계 증권사 중 여성 매니징 디렉터는 골드만삭스 박지은 전무 이후 두 번째였다. H1B 샐러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JP모간의 매니징 디렉터 보수는 32만달러(4억3천200만원)~49만5천달러(6억6천800만달러) 수준이다.

JP모간증권 서울지점 ECM을 이끌어온 하 지점장은 앞으로도 ECM 총괄을 겸할 예정이다. 올해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성공적인 상장도 하 지점장의 손을 거쳐야 한다. 선박 에프터서비스(AS) 업체인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 대표 주관사는 JP모간·UBS·KB증권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3조2천600억원~3조7천억원에 달한다.

하 지점장은 한국거래소 기업 밸류업 자문단의 위원이기도 하다. JP모간증권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 전체를 위해서도 뛰는 모습이다.

12명의 자문단 위원 중 외국계 금융기관 관계자는 하 지점장이 유일하다. 자문단에서 해외 투자자의 시각을 국내 자본시장 관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JP모간증권 도쿄지점은 도쿄증권거래소의 개혁에 관한 보고서와 세미나로 한국이 벤치마킹하는 일본의 밸류업과 그 영향을 외국인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 지점장은 매우 일을 잘하는 인물로 IPO 업계에 알려졌다"며 "대외적인 관계도 잘 맺는 것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고 전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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