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대학 입학정원 대부분 지역 비례 선발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 격차의 92%는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괄하는 거주지역 효과에 기인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제기됐다.
한은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 상위권 대학 입학정원 대부분을 지역별 비례 선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27일 정종우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과 이동원 실장, 김혜진 국립부경대 교수는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한 BOK 이슈노트를 발간하고 이 같은 진단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입시경쟁 과열이 사교육 부담과 교육기회 불평등을 심화하고 저출산 및 수도권 인구집중, 학생의 정서 불안과 낮은 교육성과 등 우리나라의 구조적 사회문제를 유발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한은은 대학입시와 관련된 사회 문제로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을 심화시킨다는 점을 지적했다.
입시경쟁이 사교육비 증가로 가계에 큰 부담을 준 데다 소득수준과 거주지역에 따른 교육기회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중심지 거주 효과로 학생 본인의 잠재력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사회경제적 대물림 현상이 확인됐다고 썼다.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 격차의 92%는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괄하는 거주지역 효과에 기인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시군구별 학부모 연령대인 40대의 소득분포를 추정한 뒤 부모의 소득과 지능 간 상관계수 및 부모와 자녀의 지능 간 상관계수를 결합해 학생의 지능(잠재력) 분포를 도출했다.
이렇게 도출된 시군구별 학생 잠재력 분포를 바탕으로 서울과 비서울 지역의 서울대 진학률을 비교해보니 8%만이 학생의 잠재력으로 설명되고 나머지 92%는 거주지역 효과였다는 분석이다.
부모의 경제력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목고 등 진학목적고 졸업생 중 중학교 1학년 당시 수학성취도 점수를 활용해 학생의 잠재력을 측정하고 향후 대학 진학 결과를 살펴보니 소득 상위 20%와 하위 80%간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의 75%는 부모 경제력 효과였다고 분석했다.
실제 서울과 강남3구 학생의 서울대 진학을 봐도 해당 영향은 명확해 보인다.
2018년 기준 일반고 졸업생 분포를 보면 서울출신 학생은 전체 졸업생 가운데 16% 수준이었는데 서울대 진학생의 32%를 차지했다. 강남 3구 학생 비중은 전체 4% 정도였지만 서울대 진학생의 12%에 달했다.
한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도입하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대학이 입학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되 선발기준과 전형방법 등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한은은 지역별 합격자 비율이 고3 학생 비율의 0.7~1.3배가 되도록 할 경우 서울대 진학률과 잠재력 진학률 간 격차가 현재보다 64%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실장은 "입학 정원의 대부분에 비례선발제를 도입할 경우 낙인효과도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개입 없이도 우리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로 인한 악순환을 빠르게 벗어나게 할 실효성 높은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jhkim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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