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GP 감사에서도 반복적 군사기밀 누설 확인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감사원이 유병호 감사위원의 인사권과 감찰권 남용 사례를 확인하고, 수사기관에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또한 유 위원을 포함해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점검과 북한 최전방 감시초소(GP) 불능화 부실검증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에 관여한 관련자 7명에 대해 군사기밀 누설 혐의가 확인돼 수사기관에 이첩했다.
감사원 운영쇄신 태스크포스(TF)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군사기밀 누설 및 인사·감찰권 남용 확인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더불어 감사원은 이번 조사의 핵심 관련자가 TF의 조사 협조 요청에 불응하거나 비협조적이었다는 점도 밝혔다.
◇ 거짓 보고로 직원 감찰…보복성 인사·공포 분위기 조성까지
유병호 감사위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원의 사무총장으로서 문재인 정부를 대상으로 한 각종 감사를 주도했다.
최근 감사원이 꾸린 '운영 쇄신 TF'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각종 기행으로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유 위원이 지난 2022년 6월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인사 규정과 절차, 관례 등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승진·전보·성과급·유학 등 혜택을 소수가 독식한다는 비판이 조직 내에서 제기돼왔다.
TF가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감사원 직원들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의견을 낸 90명 중 60% 이상이 유 위원의 인사와 감찰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 위원은 당시 감사원장에게 A씨의 감찰 필요성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A씨가 감사자료를 삭제하고 있다며 신속한 인사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TF가 5개월간 조사한 결과 A씨가 감사 자료를 삭제한 증거는 없었다.
감사원은 유 위원의 근거없는 보고로 감사원장의 정당한 감찰권과 인사권 행사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유 위원은 A씨를 포함한 직원 5명의 업무용 PC를 비위사실 혐의에 대한 설명 없이 즉시 수거하는 가 하면, 대기발령 사유가 없는 인사혁신과장에게 대기발령을 지시하는 등 보복성 인사도 단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당사자들은 명예퇴직 제한과 승진 지연 등의 인사상 불이익과 정신적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아울러 유 위원은 취임 이후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직원들에 대해 인사조치 하고, 경고성 메시지를 담은 지시사항을 지속적으로 공지해 자신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감사원은 유 위원의 감찰권 및 인사권 남용과 관련, 수사기관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 서해·GP감사 과정서 군사기밀 수차례 누설
감사원은 지난 2022년 10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실지감사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언론에 배포했는 데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을 공수처에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후 서해 사건에 대한 감사 결과를 확정하는 감사위원회의를 통해 군사기밀 누설 재발을 막기위해 이를 비공개 하기로 결정했으나, 그해 12월 재차 감사결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군사기밀보호법에 따르면 군사기밀은 국방부 보안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에 한해서만 국민의 알권리 등을 위해 공개가 가능하다.
하지만 서해 사건 감사 지휘 라인은 감사위원들의 반대와, 보안성 심사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군사 기밀을 두 차례에 걸쳐 누설했다는 게 운영쇄신 TF의 설명이다.
조사 과정에서 당시 담당 직원이 군사비밀과 관련해 보도 가능 수준이라는 국방부의 검토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TF 조사 결과 국방부와 합참은 관련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검찰 역시 서해 사건 수사결과를 공개하고자 국방부에 심의 요청했으나, 비공개가 결정되면서 공개가 무산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 운영 쇄신 TF는 군사기밀을 취급한 유사한 형태의 'GP 감사'도 함께 점검했다.
GP 감사는 지난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을 받는 문재인 정부 당시 군 인사들에 대한 감사였다.
조사 결과 지난 3월 'GP 감사' 과정에서도 유병호 감사위원 측근인 담당 국장 C씨가 수사요청 내용을 중간 발표할 것을 건의했으나 감사원장이 하지 말 것을 지시해 발표가 무산됐다.
이후 유 위원은 별도의 문건을 만들어 간부들에게 보도자료 배포 필요성을 주장했고, C국장은 직원에게 보도자료 작성을 지시한 뒤 해당 자료는 특정 언론이 단독 보도했다.
감사원은 "비공식 보도자료와 특정 언론사의 보도내용이나 보도에 사용된 용어 등이 94%의 일치율로 유사하다"며 "해당 기사에는 감사원 수사요청서 상의 군사 Ⅱ급 비밀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자 필요한 제도개선 사항을 발굴 중인 감사원 운영쇄신 TF는 내달 초 종합적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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