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삼성·SK VEU 제외…中 공장 장비 반입 허가 필요

SK하닉, 인텔 中 낸드 공장 올해 인수 마쳤는데 날벼락

레거시→고부가 제품 전환 빨라질 듯…'리쇼어링' 관측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삼성전자는 2014년 5월 9일 중국 산시성 시안시에 새로 건설한 낸드플래시 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고 알리면서 "한국, 중국, 미국을 연결하는 '글로벌 반도체 생산 3거점 체제'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시스템 반도체,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고, 한국은 모든 제품을 아우른다는 구상이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생산 전략에 11년 만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 정부가 앞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의 생산력 확대와 기술 업그레이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2014년 5월 9일 열린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준공식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중국 법인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목록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VEU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서 예외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1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고, 2023년 이들 기업을 VEU로 지정했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액 5위 기업 가운데 미국 기업이 3곳(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이나 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예고된 대로 이번 조치가 올해 12월 31일부터 시행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에 장비를 반입할 때 미국 정부의 개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산업안보국이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허가는 승인할 의도가 없다'고 밝힌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 공장의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에서 중국 시안 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안팎이다. 중국에 D램 공장은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받을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에 D램(우시)과 낸드플래시(다롄) 공장을 모두 운영하고 있다. 전체 생산량에서 비중은 각각 40%, 30% 수준이다.

SK하이닉스로서는 지난 2020년 10월 발표한 11조원 규모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4년여가 지난 올해 3월 마무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날벼락을 맞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팹 운영에 대해 "장기 고객 지원이 필요한 일반 D램 제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중국 팹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중국 팹은 당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급에 있어 중요한 생산 시설인 만큼 앞으로도 미국의 규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각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고부가 제품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양사는 국내 공장에서 기술과 양산성을 검증한 제품에 한해 해외 생산을 추진해왔다. 한국에서 선단 제품을 만들고, 중국에서는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기술을 적용했다.

이들 기업은 이미 중국 업체의 매서운 추격으로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레거시(구형)·범용 제품보다 고부가·맞춤형 제품으로 공정 전환을 서두르고 있었다. 중국 공장의 기술 개선이 어려워졌으니 이런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정책이 장기화한다면 중국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라인 진부화가 진행되고, 레거시 노드에서의 경쟁 구도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과 미국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늘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퓨처럼그룹은 지난 7월 VEU 폐지와 관련해 "정책 변화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술 전환과 생산능력 확대에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SK하이닉스에 대해 "현재 건설 중인 M15X(청주 팹)와 용인 시설을 통해 일부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고 했고, 삼성전자를 두고도 "첨단 메모리 생산능력이 대부분 한국에 있다"고 덧붙였다.

hskim@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3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