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최근 한국이 인공지능(AI)·반도체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방한이 잇따르고 있다.

샘 울트먼 오픈AI CEO를 비롯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CEO 등 각 산업을 대표하는 리더들이 잇달아 한국을 찾으며 국내 기업과 향후 투자·공급망 협력을 논의했다.

특히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의 산업적 위상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아시아 전략 허브로 재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샘 울트먼, 8개월 만에 재방한…'스타게이트' 협력 논의

샘 울트먼 오픈AI CEO는 지난 10월 초에 한국을 방문,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한국 주요 기업 총수들을 잇달아 만나 글로벌 AI 인프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울트먼은 정부와 업무 협약을 맺고 오픈AI가 추진 중인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이 참여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공급을 맡고, 삼성SDS·삼성중공업·삼성물산은 각각 AI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 기업용 AI 서비스, 부유식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협력한다.

SK 하이닉스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파트너로 합류하고, SK텔레콤은 한국 서남권에 오픈AI 전용 AI 데이터 센터를 공동 구축할 예정이다.

올트먼의 방한은 한국이 글로벌 AI 기업에 필수적인 하드웨어·반도체 공급망 파트너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됐다.

 

MOU 체결 후 기념촬영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샘 울트먼 오픈AI CEO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젠슨 황, 15년 만에 방한…'한국은 AI 시대 주요 파트너'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지난달 열린 APEC 행사를 계기로 방한했다.

황 CEO는 15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SK·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과 회동하며 차세대 그래픽 처리 장치(GPU) 공급, AI 데이터센터 구축, 소버린 AI 협력 가능성 등을 논의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에 26만장의 최신 GPU를 단계적으로 공급한다는 구체적인 합의도 이뤘다.

삼성전자와는 '반도체 AI 팩토리'를 설립해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반도체 생산 효율을 강화하기로 했고, SK와는 반도체 연구개발(R&D)과 생산을 위한 AI 팩토리를 설계하기로 했다. 또 SK텔레콤과는 블랙웰 GPU를 기반으로 한 국내 산업용 클라우드 개발을 협력하고, 현대차와는 약 4조원을 공동 투자해 국가 피지컬 AI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네이버 클라우드와는 조선·보안 등 산업 특화 피지컬 AI 모델 개발을 협력한다.

황 CEO는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이 한국에게 특히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라며 "한국은 소프트웨어, 제조업, AI 역량을 가진 역량이 있어 막대한 영향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ASML CEO 방한…EUV 공급·韓 클러스터 협력 논의

세계 1위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공급업체 네덜란드의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CEO도 최근 방한했다.

푸케 CEO는 한국 신사옥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요 경영진과 회동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수장에 오른 뒤 한국을 처음 방문했으며, 신사옥 개소식에 참석한 후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과 회동했다. 이번 방한 기간에 곽노정 SK 하이닉스 사장과도 만났다.

ASML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파운드리 산업의 '필수 공급처'로, CEO 방문이 성사된 것만으로도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푸케 CEO는 이번 만남에서 EUV 기술 협력과 장비 공급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ASML코리아 화성캠퍼스 개관식 참석한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메르세데스-벤츠 CEO, LG그룹 계열사 수장과 회동

자동차 업계에서도 굵직한 방문이 이어졌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의 올라 칼레니우스 CEO가 최근 서울을 찾아 LG전자·LG디스플레이·LG에너지솔루션·LG이노텍 등 4개사 CEO와 회동했다.

LG그룹은 2004년 차량용 디스플레이 공급을 시작으로 벤츠와 20년 넘는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양측은 LG그룹의 전장·디스플레이·배터리·자율주행 감지 기술 등 전장 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이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도 만나 차량용 첨단소재 협력, 딜러망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찬을 하며 전장 부품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독일 완성차 그룹 CEO의 방한은 한국이 전기차 플랫폼 공급망의 핵심 기지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했다.

 

LG, 메르세데스-벤츠와 'One LG' 자동차 부품 설루션 협업 확대 논의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반도체·AI 인프라 결합…韓 위상 높아져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을 "선도적 기술 혁신국이자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국으로 AI 산업에 가장 크게 노출된 국가"로 평가하며, 글로벌 AI 붐의 최대 수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이 반도체 제조력·AI 인프라·기술 채택 속도에서 모두 상위권을 차지해 AI 시대의 핵심 생산·공급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소프트웨어, 제조업, AI 역량'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젠슨 황 CEO의 발언과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구조적 경쟁력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오픈AI 샘 올트먼, 엔비디아 젠슨 황, ASML 크리스토프 푸케, 메르세데스-벤츠 올라 칼레니우스 등 주요 글로벌 CEO들이 연이어 방한한 것도 한국을 미래 AI·제조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면서, 해외 기업들의 협력·투자 논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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