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국내 금융당국에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이 당국의 규제로 위축되자 재빨리 발을 뺀 데 이어 자산운용사업까지 접자 `괘씸죄'를 적용받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올해 4월 증권사가 ELW 유동성 공급을 임의로 중단하는 것을 막는 규정을 만들었다.

증권사가 유동성 공급을 갑자기 중단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규정의 첫번째 적용 대상이 된 것이 골드만삭스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7월 유동성을 공급하던 ELW의 만기가 다 차지도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발행사에 넘기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골드만삭스는 거래소가 신설한 규정에 따라 유동성 공급 계약 해지 시점부터 최소 3년 동안 유동성 공급을 재개하지 않는다는 확약서를 내야 했다. 2015년까지는 국내 ELW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국내에서 ELW 사업을 중단한 것은 당국의 규제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ELW 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작년 초만 해도 2조원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1천억원에도 못 미친다. 당국이 기본예탁금을 인상해 개인 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높인 데 이어 LP의 호가 제출까지 제한하는 고강도 규제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제 완화로 ELW 시장이 다시 살아나더라도 골드만삭스가 `컴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가 다소 무리하게 시장에서 철수해 미운 털이 박힌 것 같다"며 "3년 후에 ELW 사업을 재개하려 해도 거래소가 `깐깐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에는 예고도 없이 국내 자산운용사업을 접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강하게 분노를 표출했고 투자자들도 허탈감에 빠졌다. 급기야 마이클 에반스 골드만삭스 부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향후 위탁 자산운용사를 선정할 때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기여도를 따질 것임을 시사하며 대응 수위를 높일 태세다. 골드만삭스가 `괘씸죄'를 적용받았다는 말이 나온다.

모든 외국계 금융회사가 골드만삭스와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6일 "한국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으며 철수할 계획도 없다"며 골드만삭스와는 선을 그었다.

ELW 시장에서는 맥쿼리, 노무라, BNP파리바, JP모건과 같은 외국계 증권사들이 악전고투하고 있다.

맥쿼리증권의 경우 시장이 고사 위기에 놓인 중에도 다양한 종목형 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ELW 투자교육 활동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들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기 때문에 당장 어렵다고 해서 ELW 사업을 접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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