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영재 기자 = 엔화 약세로 고전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 주가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상 최대 규모 리콜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리콜이 현대ㆍ기아차 이익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시하면서도 투자심리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오전 10시17분 현재 현대차는 전일 종가보다 9천원(4.13%) 하락한 20만9천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기아차도 3.45% 하락했다.

현대ㆍ기아차 주가가 급락한 것은 전날 저녁 발표된 대규모 리콜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는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 190만대를 브레이크등 스위치와 에어백 결함으로 리콜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팔린 차량 16만대도 브레이크 페달 스위치 작동 불량으로 리콜된다.

이는 현대ㆍ기아차가 실시한 리콜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한국과 미국 이외 지역으로 리콜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현대ㆍ기아차 브랜드 신뢰도가 실추될 가능성 때문에 주가도 단기적인 악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작년 11월 초 현대ㆍ기아차가 북미 지역에서 판매되는 일부 차량의 연비를 하향 조정했을 때도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대ㆍ기아차의 연비 하향 조정 소식이 알려진 다음 거래일인 11월5일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7.21%와 6.94% 급락했다. 그러나 주가의 하락세가 이어지지는 않았으며 11월 말부터는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현대ㆍ기아차 주가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연비 이슈처럼 이번 리콜 사유도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상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리콜 규모가 크긴 해도 리콜 사유가 기본적인 구동이나 제동과 직접 관련된 사안은 아니며 이로 인한 사고도 아직 보고되지 않은 점은 그나마 다행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실 신영증권 연구원도 "현대ㆍ기아차의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가에 미칠 악영향도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며 "작년 연비 이슈와 비교해도 큰 사안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경쟁사인 일본 도요타의 2009∼2010년 대규모 리콜과 비교해도 현대ㆍ기아차의 이번 리콜은 이익이나 브랜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도요타는 가속 페달 오작동으로 2009년 하반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1천400만대에 달하는 차량을 리콜했다.

그러나 현대ㆍ기아차 투자심리는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상민 연구원은 "가뜩이나 불리해진 성장 여건으로 현대ㆍ기아차 주가 상승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리콜 소식은 투자심리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의 펀더멘털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가 하락은 저가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류연화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콜 사유와 규모를 살펴보면 통상적인 리콜로 보인다"며 "현대ㆍ기아차 투자심리에 단기적인 악재가 될 수 있지만 펀더멘털에는 이상이 없어 보이는만큼 주가가 급락하면 매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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