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채권시장에서 안전자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 성장세가 취약하다는 우려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산매입을 계속 축소할지와 채권 금리가 상승할지에 대한 자신감이 후퇴했다. 이에 최근 몇 주간 투자자들은 하이일드채권 투자에서 벗어나 안전 국채와 모기지채권을 매수했다.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작년 말 3% 근처에서 현재까지 2.622%까지 하락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4일 숨 고르기로 상승했지만, 3일에는 작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국책 모기지 업체인 페니메이가 발행하는 모기지 채권 가격도 상승했다. 이 채권은 의회가 발행을 인가하고 정부가 암묵적으로 상환을 보장하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 가격이 랠리를 펼치면서 많은 채권 투자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표현했다.

Fed가 경제 성장세에 대한 자신감으로 작년 12월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발표했지만, 그 이후 미 국채 금리 상승세는 2주밖에 이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움직임은 신흥국 경제에 대한 불안과 미국 경제지표 부진 속에 경제 성장세가 지속할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보여준다.

Fed는 테이퍼링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Fed가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테이퍼링을 멈출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즈의 도널드 엘렌베르거 전략 총괄은 "투자자들이 연초에 잘못된 방향으로 포지션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 국채와 정부담보증권 매수가 '페인 트레이드(pain trade, 손실을 감수하는 투자)'라고 말했다. 많은 투자자가 채권 가격 하락에 베팅했기 때문이다.

유엔신용조합의 크리스토퍼 리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달 미 국채를 매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투자 지침을 위해 경제지표와 세계 경제상황을 모니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현재 오는 7일 발표되는 미국의 1월 고용지표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작년 12월 고용자 수가 이미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1월 고용도 부진하다면 Fed가 테이퍼링을 멈출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찰스 커미스키 노바스코샤은행 미 국채 트레이딩 총괄은 "고용 증가세가 이번에도 실망스럽다면 Fed가 받는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WSJ는 앞으로 금리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가 전적으로 세계 경제와 Fed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위험자산 매도세가 멈춘다면, Fed가 자산매입 규모를 계속 축소하면서 금리는 다시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 경제 성장세에 대한 우려가 더 깊어진다면, 그동안 시장이 세웠던 계획과 전망은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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