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정선미 특파원= 새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인 재닛 옐런은 전임자인 벤 버냉키 의장과 같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미국시간) 뉴욕소재 경제컨설팅 업체인 팩트앤오피니언 이코노믹스의 로버트 브루스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닷컴 논평을 통해 버냉키가 경기순환적(cyclical) 비둘기파라면 옐런은 구조적 비둘기파라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버냉키의 비둘기파적 성향은 대공황을 연구한 학자 경력에서 나온다.

당시 무엇이 잘못됐는지 되짚었을 때 경기 부양책을 너무 일찍 제거한 것이 핵심적인 정책 실수였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버냉키 정책의 핵심은 경기 부양책을 마련하고 보통의 인내심 이상으로 부양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버냉키의 이런 성향은 이데올로기라기보다 학문적 연구를 통해 나온 정책에 가깝다. 버냉키의 정치적 성향을 판단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이런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와 달리 옐런은 민주당원으로, 민주당원은 경제시스템의 비효율성과 정부 개입의 정당성을 옹호한다.

옐런은 구조적 비둘기파로 지금 옐런과 버냉키 의장이 같은 정책을 주장하는 것은 현재 경제상황 때문이라고 브루스카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앞으로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금융위기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옐런과 버냉키는 각기 다른 정책을 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옐런이 민주당원이라고 해서 그가 '완화정책'을 전적으로 옹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지미 카터 대통령 때 그는 또다른 민주당원인 폴 볼커를 Fed 의장으로 임명했지만 그는 역사상 가장 반(反)인플레적 정책을 편 인물로 기억된다.

다만, 볼커가 의장이었을 당시에는 정책의 방향이 명확했지만 옐런이 의장인 지금은 명확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문제다.

브루스카 이코노미스트는 옐런이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했지만 실제로 버냉키 때와 같은 정책을 펼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Fed가 실업률이 6.5%까지 떨어졌을 때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제 실업률은 6.6%까지 떨어져 있으나 마나 한 가이던스가 됐다는 것이다.

옐런은 의회 증언에서 대중을 놀라게 할 중앙은행 총재가 되고 싶지 않다고 언급했지만 사실상 가이던스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브루스카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실업률 수준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자산매입 축소는 지속하고 있다면서 이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옐런과 버냉키가 과거에 정책에 합의했다는 것은 더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앞으로 상황은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옐런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플랜 B'라고 주장했다.

지금 '정책의 연속성'을 언급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브루스카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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