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금융시장의 걱정을 한몸에 받는 '5대 취약국(Fragile Five)'이 올해 일제히 선거를 치른다.

최근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을 흔든 상황에서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리스크가 더해져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다음은 '5대 취약국'이라 불리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거 일정과 전망을 정리한 것이다.

◇ 인도

인도는 5월에 총선을 치른다.

여론조사 결과 집권 국민회의당이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을 누르고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반부패 신당 아마드미당(AAP)의 상승세를 주목해야 한다. 아마드미당은 창당 1년여 만에 델리주 하원선거에 참가해 인도국민당과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으며, 기존 정당과 다른 새로운 정치를 선보이며 지지를 얻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점"이라며 "2010년부터 정책결정이 너무 느리게 진행됐다. 이번 선거는 인도 경제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인도네시아와 함께 지난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 중 하나다.

투자자들은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와 취약한 성장세, 더딘 구조개혁을 우려한다.

인도 루피화는 지난해 8월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이에 인도중앙은행은 연초부터 대대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 잡기와 통화가치 방어에 나섰다.

인도 정부는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해 간접세 도입 방안을 공개했으며 현재 예산을 구성 중이다.

◇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4월에 총선이, 7월에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다.

대통령선거에서 1차 투표에서 확실한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9월에 2차 투표를 치러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 정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차지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 가장 좋은 선거 결과는 한 정당이 다수당이 되고 다른 정당과 연정을 구성하는 것이다.

대선 후보는 총선 이후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조코 위도도 자카르타 주지사다.

OCBC 은행은 "시장의 관점에서 볼 때 조코 정부가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경제 개혁을 가로막았던 의회의 교착상태를 해소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흥국 자산 매도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다.

경상수지 적자와 만성적인 부패, 부실한 인프라 문제가 시장의 걱정을 부추겼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루피아화 추락을 막고자 지난해 중반부터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총 5차례 인상했다.

인도네시아의 작년 경제성장률은 5.78%로 시장의 예상보다 높았지만,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통화 긴축 정책에 따른 영향, 광물 수출금지에 따른 사회적 반발 등이 앞으로 리스크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 브라질

브라질의 대통령선거와 총선은 10월5일에 치러진다.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겠지만, 근소한 격차일 것으로 예상됐다.

호세프 대통령은 변덕스러운 경제정책으로 경제에 오히려 악영향을 줬지만, 그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브라질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

브라질 주식시장은 올해 들어 7% 넘게 밀렸다. 또 극심한 가뭄으로 정부 재정이 바닥나고 있으며, 공공요금 인상으로 국민의 불만이 높아졌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325bp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월드컵이 브라질 경제와 선거에 미칠 영향도 주목한다.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 경기를 주최하는 12개 도시가 경기일을 특별공휴일로 지정하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문가들은 공휴일 지정으로 경제활동이 멈추면 브라질 경제에도 부정적일 것으로 지적했다.

◇ 터키

터키에는 3월 말에 지방선거가, 8월에는 대통령선거가, 내년에는 총선이 있다.

터키 집권당을 강타한 '비리 스캔들'에 현재 정국은 혼란에 빠졌고 지난해 말부터 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2003년부터 집권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경제를 안정시켰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지지를 받아왔지만, 스캔들이 확산하면서 국정운영 지지도는 11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정정불안 속에 리라화가 1월 달러화에 사상 최저치까지 하락하자 터키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 결과는 대통령선거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된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은 최근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스피로 소버린 스트래티지의 니콜라스 스피로 이사는 "지난해 대대적인 시위 이후 AK는 지지를 잃어왔다. 지방선거는 중요한 첫 번째 시험이 될 것이다. 이스탄불과 앙카라에서 당선되지 못하면 그 책임을 지고 총리가 대통령 출마를 포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야당은 약하고 신뢰도가 낮아 AK의 인기가 여전히 가장 높다"고 덧붙였다.

◇ 남아공

남아공은 5월7일 총선을 치른다.

남아공은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선출하며 국회는 대통령을 뽑는다. 따라서 총선은 대선을 겸하는 성격을 지닌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후광을 입는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이 20년간의 장기집권을 이어갈 것이나, 만연한 부패와 잇따르는 시위 속에 ANC가 과거와 같이 높은 득표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최근 부상한 급진 좌파 신당인 경제자유투사당(EFF)이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남아공은 작년 3분기 성장률이 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으며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다. 또 랜드화는 지난달 달러화에 5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실업률이 24%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노동분쟁이 악화하는 등 경제상황이 불안정하다.

미국 외교협회(CFR)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이번 총선이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체제 종식 후 가장 치열한 선거가 될 것"이라면서 "ANC의 득표율이 60% 아래로 떨어지면 제이콥 주마 대통령이 당수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ANC가 다수당 자리를 놓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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