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정선미 특파원= 구리가격 급락의 진짜 원인은 중국 은행시스템의 부실 문제에 있다고 CNBC닷컴이 12일(미국시간) 진단했다.

중국의 대출업체들, 특히 비은행이나 그림자금융 부문에서는 때때로 구리를 대출 담보로 받지만, 중국 정부가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허용하기 시작함에 따라 대출업체들이 구리가격 하락을 우려하게 됐다. 이런 대출에 대한 청산이 다시 구리값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중국의 상하이 차오리가 회사채 사상 최초로 디폴트를 선언한 바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캐롤라인 베인 상품 전문가는 "구리와 철광석 가격이 올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우리의 장기 전망이었다"면서 "최근 구리값의 하락 속도에 놀라기는 했지만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리값은 올해 12% 넘게 떨어졌으며 지난 3거래일 동안 7% 이상 하락했다.

베인 전문가는 구리값 하락 원인이 두 가지라면서 "첫 번째는 중국의 취약한 산업생산 지표가 원인이며 두 번째는 중국에서 상품 관련 금융 거래의 매력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그룹의 폴 히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금융 여건이 위축되면서 대출 디폴트가 발생하거나 차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구리 담보는 청산되며 기업들의 담보가 가치를 잃으면서 금융시장 여건은 더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주택 가격이 떨어져 미국의 전체 가계에 충격을 줬던 것과 완전히 같은 것이다. 다만, 구리 가격으로 하락으로 중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트먼 레터의 데니스 가트먼 원자재 전문가도 구리가격 하락에 중국의 은행시스템 문제가 경기 우려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날 가트먼 레터에서 "'닥터 코퍼(Dr.Copper)'는 세계 경제가 약화할 것이란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은행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트먼은 "일부 은행들이 구리를 담보로 한 대출을 청산한 것으로 보이며 지난주 나타난 모습은 이런 대출이 청산된 첫 번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런 개념을 수량화할 방법은 없으며 데이터로 제시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대출에 대한 '패닉' 청산이 시작됐으며 증거금을 담당하는 이들이 책임을 지고 있으나 언제, 어디서, 또 어떤 가격에서 이런 대출이 완전히 청산될지 예상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에 구리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구리 가격에 대한 약세 전망이 대세를 이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맥닐 커리 스트래티지스트는 구리 가격의 단기 반등이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구리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며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큰 그림으로 보면 구리 시장은 여전히 문제에 처해있다"고 부연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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