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8일 내놓은 2014년 수정 경제전망 자료에서 우리나라가 올해 내수 회복이 예상보다 다소 더디지만, 수출이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며 기존 전망치와 비슷한 4.1%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13년 10월 전망치인 4.0%는 새로운 국민소득 통계편제방식을 반영하면 4.2%이기 때문에 전망치를 0.1%포인트 낮춘 것이라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신흥국 금융불안, 연말정산 환급액 감소, 세월호 사태 여파 등으로 소비 및 투자가 뒤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세월호 사태로 인한 소비 부진에 대해 ▲가계가 줄였던 소비를 3분기로 이연시키는 경우와 ▲소비심리 저하가 2분기에만 나타나고 소비는 이연되지 않는 경우, ▲그리고 소비심리지수 하락이 3분기까지 비슷한 정도로 진행되는 경우 등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두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며 2분기 소비자심리지수가 2013년 말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가정한다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08%포인트 하락한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세 번째 시나리오와 같이 소비심리 둔화가 3분기까지 이어지면 경제상장률이 3.9%까지 하락할 수도 있어 소비심리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세월호 사태는 경제 심리에 일시적 충격을 주기 때문에 한 번 떨어진 심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에 대해 박 실장은 공공요금 및 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전년보다 상승률이 높아지겠지만, 연말에도 한국은행의 목표범위 중간값에 못 미치는 연중 2.0%의 낮은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통화정책에 대해 그는 GDP 마이너스(-)갭 해소에 과거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어 물가 불안이 커지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을 서두르기보다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성장률이 과거보다 낮아진 이유는 고령화나 생산기지 해외이전 등 구조적 요인의 영향이 커 금리 인하를 해도 그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추가 금리인하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향후 금리 인상 시 정책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시장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시장에 내용과 방식을 충분히 알리는 것도 정책 효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총재의 말을 밑줄 치며 해석하던 시대는 지났으며, 대중과 한은 간 소통이 잘 되어야 할 것"이라며 "미국도 포워드가이던스를 하지 않다가 바뀐 것을 보면, 우리도 바꿔서 소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세월호 사태와 관련한 한국은행의 5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대해 "한은도 세월호 사태를 반영한 정책을 내 놓을것"이라며 "세월호 사태를 감안하면 인상 쪽은 어렵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올해 경상수지가 753억달러를 기록해 큰 폭의 흑자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달러-원 평균환율은 1,055원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경상수지 흑자 지속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 완화 등으로 최근 원화가 절상압력을 받고 있지만, 향후 Fed의 출구전략에 따라 환율 흐름이 급반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ed의 금리 인상 예상시점이 뒤로 연기됐을 뿐이라는 점에서 최근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자금은 투기적 성격의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원화뿐만 아니라 경쟁국 통화도 대체로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의 실익도 크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재정정책에 대해 박 실장은 성장모멘텀이 유지되도록 상반기 예산집행 실적을 높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경기회복이 완만하나마 지속되고 있어 연간으로는 부양보다는 중립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phlee@yna.co.kr
(끝)
이판호 기자
ph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