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통 큰 베팅'이 동부특수강 인수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현대차그룹의 철강기업인 현대제철이 예상을 웃도는 수준의 가격을 써내면서 동부특수강의 새 주인이 됐다.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글로벌 톱 메이커로 도약하려는 정몽구 회장의 오랜 사업철학이 이번 동부특수강 인수전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24일 투자은행(IB)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전일 실시된 동부특수강 본입찰에서 현대제철은 3천100억∼3천200억원 가량을 써내 세아그룹을 가격에서 크게 앞서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산업은행이 사모투자펀드를 조성해 지난 6월 동부제철로부터 지분 100%를 인수할 당시 가격이 1천10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세배나 높은 가격이다.

사업을 위해서라면 얼마든 쓸 수 있다는 정몽구 회장의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이 되려면 고급 자동차용 강판을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10조원을 들여 일관제철소를 만든 것도 그러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이번에 동부특수강을 인수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현대제철은 8천442억원원을 투입해 현재 충남 당진에 연산 100만t 규모의 특수강 공장을 짓고 있다. 2016년부터 본격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하지만, 특수강 분야의 생산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선재를 가공할 2차 하공정 분야에도 진출해야 했다. 새롭게 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국내 2위의 생산 능력을 보유한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

세아그룹이 특수강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보유한 상황에서 신설 생산 체제를 갖출 경우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되면서 현대제철도 발 빠르게 인수를 위한 내부 조직과 진용을 갖췄고 결국 과감한 베팅을 통해 동부특수강을 품에 안았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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