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올해 삼성그룹에서 물러나는 임원의 규모가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14일 "조만간 계열사별로 진행되는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통해 임원에서 물러나는 인원도 정해질 것"이라며 "보통 그룹 전체의 임원 수는 일정 규모로 유지되기 때문에 이번에 신규로 임원이 된 수만큼 임원에서 물러나는 케이스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13일 501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신임 임원 승진자도 역대 최다인 326명에 달했다.

따라서 이번에 임원에서 물러나는 인원도 약 30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신상필벌' 원칙을 강조한 만큼 실적이 부진했던 계열사나 사업부에서 옷을 벗는 임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삼성은 언제나 성과가 좋은 인재는 과감히 중용했고, 부진한 인원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처를 한 만큼 이번에도 그런 원칙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임원(상무급 이상) 숫자는 1천800명 안팎으로 그룹 전체 직원 수(30만명)의 0.6% 정도에 불과하다. 그만큼 삼성에서 임원이 된다는 것은 소위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든 것이다.

되기 어려운 자리인 만큼 임원으로 승진하면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진다.

우선 연봉이 2배 이상으로 급증하고, 차량과 개인 업무 공간 등 각종 복지혜택도 대폭 늘어난다. 무엇보다 국내 최대 그룹의 임원이 됐다는 것 자체가 개인에게는 큰 명예도 된다.

그러나 선택받은 임원들에게 이런 혜택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큰 혜택만큼 무거운 책임도 뒤따른다.

삼성에서 임원 승진자들은 보통 본인이 소속한 회사를 퇴사한 후 재입사하는 형식으로 임원계약을 체결한다. 이에 따라 임원들은 더는 부장급 이하 직원들처럼 정년이 보장되지 않고 1년마다 성과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된다.

따라서 실적을 보여주지 못할 때에는 언제든지 자리를 내 놓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삼성 임원들의 부담감은 큰 편이다.

삼성의 한 임원은 "삼성에서 임원으로 살아남았다는 것은 샐러리맨으로서 큰 기쁨이지만 압박감도 상당하다"며 "특히 임원에게는 긴 시간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단기간 안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삼성그룹의 임원을 가리키는 말로 '별 중의 별'과 '빛 좋은 임시직원'이 있다"며 "이 상반된 말 속에는 쟁쟁한 인재들이 모인 국내 대표 그룹에서 1%도 안 되는 확률로 살아남았다는 찬사도 들어 있지만, 그 어느 그룹보다 실적 압박이 심해 언제든지 물러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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